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바야흐로 가을의 문턱이다.
이제는 낮이 아무리 더웠어도 해만 떨어지면 참을만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크게 부담이 없다. 몇 블록을 꾹 참고 내달려 한강공원으로 진입하면 가을 저녁 돌멩이처럼 제법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게 어깨를 타고 넘는다. 며칠 계속 내리던 비로 강물이 불어 수면이 자전거 길과 거의 수평이 될 만큼 올라와 있는데, 덕분에 강 쪽으로 바싹 붙어 달리면 마치 물 위를 달리는 것만 같다.
한창 더울 때는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등 뒤 한 걸음쯤 떨어져 있게 되니 자꾸 뒤돌아보고 싶어 진다.
엄청 더웠다던 작년 여름 이야기를 듣고 한참 겁에 질려 맞이했던 서울의 2017년 여름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온화했다. 숨도 못 쉴 만큼 못 견디게 덥지도 않았으며, 뜨거워지는 듯 해서 ‘아. 올 것이 오는 건가?’ 싶으면 바로 며칠 동안 비가 내렸고, 날씨가 개서 '물통에 빠진 것처럼 습해지겠네’ 싶으면 다시 햇빛이 작렬해서 길의 수증기를 다 날려버렸다. 물론 들쑥날쑥 예상치도 못하게 비를 맞히거나, 비도 안 오는데 멍하니 우산을 쓰고 걷게 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도 없으면 올해 여름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여름이 일찍 등을 돌리고 있으니 남은 기간을 메우는 건 가을이 될지 겨울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계절 선호도가 확실한 것도 아니어서 프로야구 경기 결과를 보듯 지켜보려 한다. 두산이 이기든 LG가 이기든 크게 상관없는 것처럼(나는 야구에 크게 관심이 없다), 가을이 길어져도 좋고 겨울이 길어져도 좋으니까. 가을이 길어지면 좀 더 많이 걸으면 되고, 겨울이 길어지면 조금 더 오래 옷을 꽁꽁 입고 다니면 된다.
어쨌든, 오늘도 여전히 날씨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