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몇 달 전 '슈퍼 패미컴 클래식 미니'가 발매되었다. 이 미니 게임기의 전신은 90년도에 처음 닌텐도에서 발매되었는데, 구형이었던 '패미컴'에 이어 그야말로 전설적으로 히트했었다. 그런데 모양은 같고 크기만 작은 미니어처로 게임 20개 정도가 내장된 채 80불 정도에 발매가 된 것이다. 내장된 게임들이 엄선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삼십 년이 지난 것들이 눈에 들어올 리도 없고, 요즘 게임들도 시간이 없어 못하는데 사봤자 구동이나 시켜보겠나 싶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더랬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며칠 전 서촌의 어떤 레트로 카페에서 그 옛날 슈퍼 패미컴을 브라운관 TV에 연결 해 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 큰 본체가 왜 그렇게 귀여운지! 그리고, 작은 브라운관 안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마리오도 마찬가지로 너무 귀여워서 이번에 발매된 기념 미니어처가 사고 싶어졌다. 사고 싶으면 사는 거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서는 수퍼 패미콤 미니를 구매하기 위해 전 세계 아마존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재고 없음' 상태로 미국도, 영국도, 일본도 완판이었다. 사기꾼 냄새가 나는 몇몇 쇼핑몰에서만 서너배가 넘는 가격에 구매가 가능했는데, 왠지 믿음이 안갔다. 조금 더 찾아보니 호주에서도 발매가 되었다길래,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게임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그녀의 남편은 게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번 만났을 때, 화투 만들던 '닌텐도'의 과거까지 줄줄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녀는 남편과 전화를 하다가 내 이야기를 전달하게 되었는데,
'허니, 저녁에 집에 올 때 스팸 세 개만 사와. 그런데, 친구가 닌텐도 뭐야 새로 나온 거? 사줄 수 있냐고 물어보던데.'
정도로 대충 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점심시간에 회사 앞에 있는 게임샵에 가서 내가 원했던 - 하지만, 그녀가 이름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던 - '슈퍼 패미컴 클래식 미니'를 정확하게 구매하고 말았다.
‘그거 샀대. 겨울에 서울에 갈 때 가져갈게.’
‘네 남편도 사라고 해. 갖고 싶어 할 텐데.’
‘자기도 하나 살까 하길래, 웃기지 말라고 해줬어.’
‘응 내 껀 샀으니 됐어.’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의 남편에게 메시지가 왔다.
‘헤이 브라더. 나 이거 뜯어봐도 돼? (너무 느무 궁금해)’
물론 되지!
....
눈물이 흘렀다. 기운 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