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날과 도서관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이렇게 11월 초쯤 되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지금 계절이 뭐지?' 하고 헛갈리는 것. 하지만,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주하면 정말 바로 알게 되어버린다. 오늘이 따뜻한 겨울날인지 아니면, 추운 가을날인지 말이다.


오늘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는데 소매 사이로 훅 불어 들어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이제 겨울이구나.' 하고 말았다. 한두 주 전에 오늘 같은 날씨였다면 추운 가을날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오늘은 분명히 가을이 아니었다.


쇼핑몰의 구매 완료 버튼을 누르고 난,

새벽 영어회화 학원비를 지불하고 만,

문지방을 건너고 난


직후.


팔을 뒤로 뻗으면 아직 가을이 만져지겠지만, 이미 몸은 겨울 공간 안에 있다.


이후에도 몇 번은 다시 따뜻해져서 아침에 니트와 스카프 만으로 집을 나설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번 비라도 내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건물 안에서도 외투를 입고 집 안에서도 후드를 걸치게 되겠지. 그러다가 첫눈이 내리면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창문 밖에 시선을 고정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가을이던 겨울이던, 추위에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 식사 때 잡지에서 봤던 블루스퀘어의 북파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 맞바람이 불어 조금 힘들긴 했지만 오픈 시간 즈음에 도착할 수 있었고, 고목나무처럼 조용한 책꽂이들 사이를 건너 다니며 수많은 책들을 구경했다. 이런 것은 방문 할 때마다 베스트셀러 제목들만 보게 되는 온라인 서점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다. 물론 주변의 다른 책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밟히는 제목이나 색깔을 하고 있는 책을 들고 나오는 경험도 말이다.


나는 진입로 오른편의 진열대에서 마이클 부스(영국의 요리작가라는데, 그런 것도 있나?)의 '오로지 일본의 맛'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새순 같은 책을 혼자만 읽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일본에서 15만 부가 판매되고 NHK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었다는 띠지에 혹할 때도 있으니까.


서서 조금 훑어 읽다 보니 금방 삼십 분이 지나가 버린다. 작가는 천성적으로 시니컬한 유머를 쏟아내는 성격의 외국인으로, 온 가족을 이끌고 일본을 여행하며 그곳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위트 있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읽다 보니 뒷 이야기도 궁금해져서 책을 구매한 후 서둘러 서점을 나서 집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집을 나서자마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 지는 계절, 겨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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