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은 소중한 기억

이터널 선샤인(2004)

by Aprilamb

몇 년 전 한국에서 상영 10주년 기념으로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을 재개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 것 참 따뜻하다. 뭔가 잊지 않고 다시 꺼내보면 그 기억은 한층 더 오래갈 테니 말이다.


카우프만의 치밀한 플롯과 미셀 공드리 감독만의 독특한 회화적 기법은 영화 내에서 적절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감각적이면서도 견고한 필름을 만들어 냈는데, 이 영화에서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던 짐 캐리의 우울한 목소리는 감상 후에도 줄곧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나는 그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되었다.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겠지만 - 그것은 사춘기 소녀의 기분처럼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에 - 그 부분만을 들어내거나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기억의 가장자리에는 즐거운 기억들이 이어 붙어 있기 때문에 그 실타래를 조금만 감거나 풀면 이내 행복한 기억에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너무 어려요!'


영화를 다시 본 후배가 흥분하면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저 영화를 찍을 때에도 아주 어리지는 않았을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은 이미 영화계의 거목이 되어 있다. 그들은 이 영화에서 직접 주고받았던 대사대로 잘 살고 있을까?


This is it, Joel. It's going to be gone soon.
I know.
What do we do?
Enjoy it.


모든 것들은 다 - 속도는 모두 다르겠지만 -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가기 전이든 지나가는 중이든, 아주 마지막에 혼자 남게 되는 것보다는 덜 우울한 것일지도 모르니까.


괜히 주말쯤 한번 더 보고 싶어 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경 끄기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