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가 있거나, 혹은 없거나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음원 서비스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끌림’이라는 양파의 신곡을 보고는 궁금해서 바로 플레이시켜보았다. 하지만, 곡이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어서 다시 읽던 책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이어지는 다음 트랙이 너무 좋은 거다.

‘내가 언제 이런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뒀지?’

하며 살펴봤더니, 바로 들었던 ‘끌림’의 보컬 트랙을 제외한 음원이 같이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간 거였다.

양파는 노래를 참 잘하긴 하지만 그 지워지지 않는 뽕끼가 개인적으로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아 - 이수영과 마찬가지로 - 별로 찾아 듣지는 않게 된다. 어떻게 보면 Jazzy 한 창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니지 않나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보컬 트랙을 빼니 너무 좋았다. (양파씨, 미안합니다) 드럼만 걷어내면 고급스러운 뉴에이지라고 해도 그냥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분위기의 곡이라면 악기 속에 목소리를 묻는 성시경이 딱이다. 얼마 전 엠넷의 ‘더 마스터’라는 프로에서 김광민이 성시경을 게스트로 ‘You’ve got a friend’를 연주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귀 호강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볼륨을 조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인기차트를 휩쓸고 있는 곡들은 대부분 그런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니, 쓸 수가 없다. 요즘은 직접 연주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이미 만들어져 있는 리프나 신스로 만든 비트를 가내 수공업 형태로 이어 붙여 작업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목소리나 악기의 볼륨에 대한 고민은, 같이 연주를 하면서 각 마디의 분위기나 연주를 서로 몸과 귀로 느끼고 있을 때하게 되니 말이다.


김광민과 성시경의 콜라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고 풍부했다. 적절하게 귀를 두드려주는 콘트라베이스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그 연주자가 지금이 보컬 파트인지 피아노 파트인지, 아니면 간주인지 계속 신경을 쓰면서 곡 분위기에 맞춰 볼륨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드럼도 마찬가지로 리듬 챙기는 것은 콘트라베이스와 피아노에 맡기고, 대신 디테일한 표현에 집중한다. 김광민의 피아노는 명불허전 언급할 필요도 없고, 그 악기에 연기처럼 스며드는 성시경의 보컬도 그야말로 최고다.

다시 ‘끌림’ 이야기인데 드럼 트랙이 너무 촌스러운 건 정말 옥에 티로, 보컬이 있는 곡에서도 양파가 아니라 드럼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드럼을 상상으로 지워가면서 들어 보려고도 했는데, 아무래도 드럼이 없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둥둥 쳐대니까. ‘그러면, 성시경이 부른다고 생각하고 한번 들어볼까?’ 하다가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면서 다시 책을 읽게 되었다는 이야기.

양파씨 신곡 대박 나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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