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더 라스트 제다이

이건 봐야 해

스타워즈의 8번째 에피소드인 ‘더 라스트 제다이’가 국내 개봉되었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거의 영화관에 가지 않는 편이지만, 스타워즈 7번째 에피소드였던 ‘깨어난 포스’에서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던 데이지 리들리(레이 역)의 모습이 기억나서 ‘이런 건 박진감 넘치게 영화관에서 봐야 해’ 하고 말았네요.

개인적으로 스타워즈의 엄청난 팬은 아니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나올 때마다 ‘이게 어떤 내용이었더라’하게 되는 편이고, 누군가에게 전체 스토리가 이렇다 하고 소개해줄 만큼 개념이 서있다고 하기도 애매하네요. 재작년에 봤던 깨어난 포스에서도 ‘레이’는 내겐 그냥 너무 진심으로 진지하게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는 여주인공으로 기억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스베이더나 레아 공주까지 모르는 문외한은 아니지만.)

‘깨어난 포스’ 편으로 처음 스타워즈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 두 시간 반이 넘는 영화지만 - 처음부터 끝까지 크게 지루한 부분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중간중간 과거 작품에서 차용한 추억팔이 장면이나 오래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 친절하게 설명 자막까지 나오기 때문에 ‘이게 대체 뭐지?’ 하며 짜증낼 만한 부분도 거의 없습니다. 우주전쟁, 지상 전투 그리고, 1:1 대결까지 모두 부족하지 않게 들어있는 우주 액션 종합 선물세트 스타일로, 대부분 CG보다는 실제 세트를 사용해서 그런지 느낌상 더욱 실감 났던 것 같네요.(하지만, 제가 실감 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CG였을 수도...)

영화는 크게 저항군이 퍼스트 오더의 물리적 공격을 피해 후퇴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그런 가운데 레아는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아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어설픈 카일로 렌과 직진 캐릭터 레아, 그리고 절대 선이어야만 할 것 같은 루크 스카이워커 사이의 에피소드는 선악구도였던 이전 작에서 탈피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고민을 하게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매력 부족으로 고전하던 캐릭터들(카일로 렌 같은)도 ‘깨어난 포스’ 때와는 달리 입체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패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요다의 가르침도 스타워즈에서 라니 조금 새로웠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데이지 리들리가 뛰는 장면이 없었던 것뿐이네요.

스타워즈 팬들의 연인이었던 캐리 피셔가 유명을 달리하여 이 작품은 그녀의 유작이 되고 말았고, 아쉽게도 9편에서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충분히 CG로 부활시킬 수도 있겠지만 디즈니는 그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하네요. 엔딩 스텝 롤을 보면 그녀를 위한 추모글이 자리하고 있는데, 빅팬이 아니었어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팬이 아니라도 혹은 팬이라도 깊은 고민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영화 ‘스타워즈: 더 라스트 제다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