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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요리 - 닭똥집 덮밥

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by Aprilamb

오늘은 하루 종일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는 바람에 무척 피곤했다. 원래 집 밖을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지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집 안에 있지 않아. 집 안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봐. 너도 알게 될 거라고.’


그 이후 창문을 몇 번 열었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집 안에 있지 않아’라고 했던 것만은 이상하게 머릿속에 남아 바쁘더라도 조금 시간이 나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게 되었다. 날씨도 좋고 사람들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대충 티 하나 걸치고 나가 걸어 다니면 된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이고 별로 할 일도 없으니 별 다른 고민도 없이 길을 나섰던 거였다.


꽤 많이 걸었더니 배가 고팠다. 초밥 도시락 세트나 사가려고 마트에 들어갔는데, 육류 코너에 생 닭똥집이 보인다. 샌프란 마트에 웬 닭똥집이 이건 좀 웃기다. 그런데, 갑자기 먹고 싶어 졌다. 그냥 구워 소금 찍어먹으면 될 것 같았다. 집에 소금과 참기름은 있으니 말이다.


쾌속 구매 완료


집으로 들어와 대충 씻고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는 배가 고픈 것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닭똥집을 씻어 올려 굽는데 누린내만 엄청나고 다 익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술집에서는 늘 잘 구워 나오던데 말이다. 덜 익어도 소고기처럼 먹을 수 있나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는데, ‘덜 익은 닭똥집 섭취’ 관련 정보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닭똥집 굽는데 만은 모두 베테랑인 것 같다. 아니면, 덜 익은 닭똥집 따위는 별생각 없이 우걱우걱 잘도 먹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닭똥집도 처음 구워보는 데다가, 덜 익은 닭똥집을 아무렇지 않게 씹어먹기에는 너무 소심한 것이다. 그렇게 불 위에 올려놓은 채로 고민하다 보니 닭똥집이 막 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

포기가 빠른 나는 지금까지 구운 것들을 버리고, 나머지를 삶기 시작했다. 삶아서 소금 찍어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왠지 닭똥집 볶음이 먹고 싶어 진다. 양념을 만들어 보고 안되면 삶은 것 그냥 먹어도 될 것 같으니 별로 손해 보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오므라이스하고 남은 양파를 잘게 썰어 넣은 후 자근자근 볶았다. 이왕이면 참기름도 두르고, 김치찌개 할 때 샀던 마늘 다진 것도 아직 엄청 남았으니 이것도 같이 넣어버렸다. 이때쯤 다 삶아진—것 같은—닭똥집을 넣고 같이 자글자글 볶는다.

백종원 세프가 간을 할 때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양념을 사용하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간장과 소금, 소금과 새우젓, 간장과 새우젓, 이런 식이다. 나는 간장과 소금을 꺼낸다. 그것밖에 없다. 대충 간장 한 바퀴를 두르고 맛소금을 툭툭 털어 넣었다. 색깔이 조금 밋밋해 보여서 김치찌개 할 때 샀던 고춧가루도 팍팍 쳐 넣어줬다. 뭔가 요리하는 느낌이 난다. 아직도 조금 허전해서 바비큐 소스를 넣을까 하다가 옆에 보니 설탕이 보인다. 백종원 세프가 요리에 설탕을 털어 넣던 것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만큼은 좀 두렵고 살짝만 넣어 보기로 했다. 잔 불에 달달 조금 더 볶아주니 완성이다.


양이 좀 많으니 그냥 밥에 덮어 올려버렸다. 그리고는 한 입 먹어봤는데,—아무래도 내가 알지 못했던 나만의 특기를 발견해 버린 건지—이렇게 맛있는 닭똥집 볶음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 약간 오래 볶아서 양파는 거뭇거뭇 해졌지만, 모두 다 먹고 나서 그 양념까지 싹싹 다 긁어먹었다. 요리라는 게 이렇게 쉬운 건데 왜 레시피가 필요한 걸까?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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