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힐링 음악
혹시 ‘비밀의 화원’ 알아?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말고.
아이유 노래 아니냐고? 맞아.
작년에 아이유가 팔레트 앨범을 내고 바로 작업했던 꽃갈피 두 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이기도 해.
그런데 이 곡은 원래 이상은의 곡이야.
‘언젠가는’이라는 노래 알지? 그거 부른 가수.
2003년도에 발매된 그녀의 11집 앨범 [신비체험]의 세 번째 트랙이었어.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딱 그게 떠오르지 않아? ‘자유’
그녀의 목소리에는 정말 조미료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잖아.
진심 자기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른다고.
곡의 후반부 클라이막스 즈음에 이런 데가 있어.
‘아침 하늘빛에 민트 향이면 어떨까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부터’
보통 노래를 부르면서 숨을 쉴 때는 숨을 쉬었는지 모를만한 곳에서 쉬는 게 정석이잖아.
그래서 대부분 마디를 건너면서 쉬는데, 그녀는 ‘그대를 만나고 부’와 ‘터’ 사이에 숨을 쉬는 거야.
프로듀서가 ‘이거 뭐야? 자 전 마디에서 숨 조금 더 들이마시고 다시 한번 갑시다.’ 했을 것만 같은데,
나는 그 부분에서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느꼈어.
아마 그녀는 그러지 않았을까?
‘아 몰라. 내가 그냥 쉬고 싶어서 쉬었으니까 그대로 갈래요.’ 이렇게.
분명히,
‘아 아무리 해도 안돼요. 흑흑.’ 이라던지,
‘듣는 사람들이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파격을 치밀하게 심은 거라고요!’
같은 건 아니었을 거야.
....
아이유 버전도 상당히 좋아.
나는 이상은의 노래를 조금 더 좋아하긴 하지만.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을 들어보면 원곡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보통은 전혀 다른 장르로 편곡해 부르면서 ‘내가 부른 게 옛날 그 가수보다 훨씬 낫지?’ 이러잖아.
그런데, 아이유는 그러지 않더라.
나는 그녀가 오래된 것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하고, 보존하고 싶어 하는 게 너무 사랑스러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그걸 정말 너무 좋아하는 게 보이지 않아?
그런데, 아이유의 ‘비밀의 화원’은 원곡과 조금 차이가 있어.
그건 그녀가 편곡을 바이올리니스트인 강이채 씨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래.
곡의 분위기가 달라졌으니 원곡과 비슷하게 불러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조금은 자유롭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곡들보다 조금은 더 아이유스러워. 이곡.
도입부? 그거 가야금 소리가 아니야.
강이채 씨가 바이올린을 현으로 켜지 않고 피치카토*로 작업했다고 해.
잘 들어보면 코러스도 원곡에 비해 더 세련되어졌는데, 그건 선우정아의 작품이고.
자 한번 둘 다 들어보고 어떤 곡이 더 맘에 드는지 알려줘.
그래... 배고프면 배부터 채우고...
* 피치카토: 손가락으로 현을 뜯는 연주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