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혀서요.'
수첩 빈 페이지를 열어놓고 뭐든 받아적을 준비를 하고 있던 학생이 이야기한다. 면접 가기 전에 이미 그곳에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받고 싶었나 보다. 슬리퍼를 신고 운동복 차림으로 앞에 앉아있는 선배(혹은 아는 사람)는 편한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그렇더라고. 떨어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떨어졌는지 모른다는 거야.'
'아 그래요?'
'응. 알았다면 떨어지지 않았겠지. 기업의 생태에 대해서 모르는데 어떻게 면접을 제대로 볼 수 있겠어.'
'아. 네….'
'내가 면접 볼 때도 그랬어. 다른 사람들도 다 몰라. 왜 떨어졌는지.'
'아. 다 모른다고 해요?'
'응. 직접 물어본 건 아니지만, 다 모를 거야. 뻔하지 뭐.'
'기업의 생태면, 어떤 거요?'
'뻔하잖아. 조사를 안 한 거지 미리. 그리고, 답변할 때도 자신감이 없어.'
'면접을 다 같이 보나요?'
'아니지. 그런데 대부분 다 자신감 없이 대답해.'
'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해. 그리고, 겁먹지 말라고.'
'보통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해요?'
'무한도전 입사면접 편 봤니?'
'아. 네.'
'거기 양세형…. (어쩌고저쩌고)'
대화를 듣는 동안 저 사람이 대체 어떻게 면접을 통과해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조금 짜증이 나서 헤드폰을 뒤집어쓰고는 읽고 있던 조단 피터슨의 '12 rules for life'를 다시 들었는데, 그는 수 페이지 동안 랍스터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러다가 식사 시간이 되어 집으로 가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그만 그 학생의 노트를 힐끗 보고 말았는데,
'무한도전, 양세형'
......
....
적은게 그것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