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

사랑의 숲에서 길을 잃다 - 임창정 & JED

by Aprilamb
사람들은 아직 타임머신을 발명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음악을 타고 그것으로 책갈피 되어있는 과거의 한 순간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음악은 화가의 그림을 고착시키는 픽사티브처럼 그 시점의 공기, 사람, 공간을 한순간에 목소리, 악기, 음표로 꽁꽁 묶어 그 순간을 공유하는 이들의 가슴속 한 곳에 단단히 보관해둔다. 음악을 열쇠로 보관된 과거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 해도 그 음악의 전주만으로도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임창정은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지만, 왠지 양쪽 다 애매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기는 능청스럽고 자연스럽지만 왠지 깊이가 없이 싼티나 보인다는 느낌이고, 노래도 잘 부르지만 신나는 비트의 노래를 불러도 처량하고 애처로운 느낌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말이다. 게다가 요즘엔 그의 연기나 노래를 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 깜빡 잊고 있었는데, 최근 우연히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가 나의 타임머신 조종사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 곡 치고는 생각보다 템포가 빠른데, JED의 적절히 절제된 랩과 임창정의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목소리 때문에 전혀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표정이 지원되는 임창정의 보컬은 이 곡의 처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가슴은 아프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이 곡은 보컬의 멜로디 라인과 랩의 펀치감을 양립시켜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려는 일반 곡들과는 달리 보컬과 랩이 동일한 감정과 느낌을 주고받으며 진행 된다. 클라이맥스에서 랩과 보컬 멜로디 라인이 전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분이 이 곡의 백미인데,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슬프게 만들어 버릴 것 같을 정도이다.


사실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곡을 도해하고 분해하고 설명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 그냥 이 곡을 들으면 가슴이 아파 노래가 끝날 때 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니 말이다.


임창정은 요즘 뭐 할까.




JED는 이후 '사랑의 숲에서 길을 잃다 - part 2'도 발표하긴 했지만, 임창정이 부르지 않는 '사랑의 숲에서 길을 잃다'는 '사랑의 숲에서 길을 잃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곡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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