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은 냉동인간인가?
아래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손예진 하면 늘 ‘나이가 많은데도 참 어려 보이는 걸?’ 하게 되는데, 아마도 꽤 오랫동안 방송이나 영화에서 접해왔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그녀의 나이는 올해 36세(물론 어린 것은 아닙니다만). 데뷔를 1999년에 했다고 하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0년 동안 그녀를 보아왔다는 이야기인데, 어린 사람에게는 ‘중동으로 일하러 가신 아빠’만큼은 익숙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연애시대’를 참 재미있게 봤는데, 그 드라마에서 연기파 감우성에게 꿀리지 않고 독특한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냈던 기억이 나네요. 고故 김주혁 씨와 열연했던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캐릭터가 너무 당연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녀의 연기력과 미모의 시너지가 아니었을까요? 누가 뭐래도 순백의 천연 이미지를 업은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그녀만의 전매특허일 겁니다.
영화는 일본의 이치카와 다쿠지라는 소설가의 2003년 작 동명 판타지 로맨스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원작인데요. 일본에서도 2004년에 영화화되어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에 성공했었는데, ‘시간을 넘어서’라는 OST가 좋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종종 들었던 기억도 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장훈 감독 아래 소지섭, 손예진 주연으로 올해 3월 14일 개봉을 했죠.
개봉 한다는 이야기를 왔다 갔다 하며 듣기는 했지만, 요즘 조금 정신 나간 채로 살다 보니 그대로 잊고 말았어요. 그러다가 주말에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커피숍에서 오전 내내 책이나 읽어야겠다’ 하고는 밖으로 나왔는데, 집 근처 영화관 앞을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조 딱지가 붙은 영화를 봐야지.’ 이렇게요. 지금 시간이면 보고 나와도 아직 아침일 테니 영화가 별로 맘에 안 들었어도 ‘빌어먹을 이 영화 덕에 하루를 망쳤네.’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테니까.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저는 손예진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손예진이니까요.
소지섭은 늘 그렇듯이 약간은 어색해 보이지만, 그게 연기를 못해서 어색해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그냥 사람이 어색해요. 잘생기고, 어색한 게 소지섭의 트레이드 마크죠. 저렇게 잘 생긴 사람이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어색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들 역할을 했던 김지환 어린이의 연기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 꼬맹이가 영화를 찍으면서 손예진에게 직접 그린 그녀의 초상화를 선물로 줬는데, 그녀는 ‘완벽한 싱크로율’이라고 하며 자신의 인스타에 그것을 올렸었죠. 진심 ‘성격 정말 좋구나.’ 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누가 나를 그렇게 그려줬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옆구리에 니킥을 날려버렸을 겁니다. (농담)
손예진의 멜로연기라면 뭐 평가를 한다는 게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20년 동안 저렇게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거지?
영화는 잔잔합니다. 정말 잔잔해요. 손예진의 연기력과 미모 덕에 티가 잘 안나지만, 중후반까지는 스토리 라인이 꽤 플랫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종반 즈음에 교차 편집으로 박진감 있게 전달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대로 밋밋하게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 두셔도 될 거에요. 원작을 접하지 못하셨던 분들이라면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감상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지루한 겨울 동안 연애 세포를 냉동보관 하셨던 분들이라면 한번 이 영화로 그것들을 해동, 분열시켜보시는 건 어떨까요? 테라스에서 소지섭과 손예진의 허그가 참 따뜻했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