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한번 해보실래요?

김태리의 '리틀 포레스트'

by Aprilamb

‘배고파.’


주인공 혜원은 도시의 삶에 지쳐 막다른 벽을 느낄 때마다 허기를 느낍니다. 하지만 그 공복감은 단순한 식사로 극복이 되지 않죠. 그 허기는 단순한 배고픔이 아닌 삶에 대한 상처, 외로움, 상실감의 물리적 발현이며, 포만감이 아닌 치유로 해결해야 하는 마음의 병입니다. 그녀는 그 방법을 찾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죠.


'리틀 포레스트'는 이가라시 다시스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며, 일본에서는 두 편의 영화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연출과 ‘아가씨’의 김태리가 주연의 영화로 국내에도 최근 소개가 되었네요.


이 영화에는 복잡한 복선이나 캐릭터 간의 갈등, 암투가 존재하지 않아요. 물론 악역도 없습니다. 관객들은 긴장할 필요 없이 그녀가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그 요리를 친구들과 소비하는 장면을 보며 힐링만 하면 되는 거예요. 마치 일요일 저녁 밤에 '효리네 민박'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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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가 있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혜원의 어렸을 적 친구인 재하는 시골집에 내려와 혼자 생활하게 된 그녀를 위해 강아지를 선물하며 이런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설명'이나 '해결방안' 보다는 '따뜻함'이 더 큰 힘이 되니까요.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시골집으로 내려왔지만 아직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던 그녀는, 그 이후 강아지와 친구에 의지하며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편의점 도시락 같이 제조 과정을 알 수 없는 최종 완제품과는 다르게, 직접 야채를 심고 기다려 수확한 후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린 요리는 마치 길고 긴 여정을 마친 여행자 같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질 정도예요.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


라고 혜원의 어머니는 이야기합니다. 기다림이 필요한 건 비단 음식만은 아닐 겁니다. 일도, 사람도, 사랑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그 기다림은 역시 최종 소비자가 모두 견뎌내야 합니다. 혜원이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치유를 경험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오롯하게 몸을 움직이며 준비했던 과정이 주는 안정감 말이죠.

혜원의 친구인 재하는 회사를 다니다가 귀농을 결심했던 이유를 이야기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농사에는 사기, 잔머리가 없잖아.’


그 말은 혜원의 어머니가 했던 이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입 놀리는 시간에 몸을 놀리면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어.’


사회생활을 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그것 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진실인지 척인지 조차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인간이나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농사는 자신과의 싸움에 더 가까우니까. 혜원은 날씨, 자연의 섭리와 같은 보다 큰 대상을 마주하며 정직하게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그 성실함에 자연은 멋지고 신선한 음식 재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답하고, 그녀는 그 재료로 자신과 친구를 기쁘게 할 음식을 만듭니다. 생활이 다이내믹하지 않아도, 특별한 사건이 매번 발생하지 않아도,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정갈한 음식을 앞에서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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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외롭습니다. 혼자 살든지, 둘이 살든지, 혹은 아이와 함께 북적거리면서 살든지 상관없이 말이죠. 외롭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는 것이라고 할까요? 이 영화는 잔잔하게 그 이야기를 관객에게 하고 있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도,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하고 말이죠. 웃는 장면에서 코에 잡히는 주름이 너무 예뻤던 김태리가 자꾸 생각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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