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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외상센터와 개구리의 심장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by Aprilamb

'사람의 몸을 열어보면 온통 핑크야.'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의 수술 장면이나 범죄 현장을 보면 사람 몸속은 언제나 지옥이었으니까. 절체절명의 순간 사경을 헤매는 환자의 열린 가슴 안에는 늘 검붉은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있었고, 신동맥을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 박동마다 시뻘건 피가 스크린 바깥쪽으로 튀어 올랐다. 내 기억 속의 수술 광경은 그렇게 하나같이 긴장되고, 어두웠으며, 칙칙했고, 무서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그런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중학교 때 용감한 친구 뒤에서 실눈을 뜨고 희미하게 보았던 개구리의 검붉은 심장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살아 움직이는 체내 기관이었다. 개구리의 심장은 하수구에 기포가 터져 올라오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빨리 멈추기를 바랐다. 멈추면 고통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개구리도 사라지겠지.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개구리의 심장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수술 장면처럼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고...'


그녀는 외과 전공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은 동시통역사를 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과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녀가 의사가 되기를 포기한 건 인류의 손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가 뭐래도 개흉 장면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의사인 것이다. 만드라고라처럼 생긴 심장을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의사에게는 수술이 두렵거나 긴장된 작업은 아닐 테니까. 어쩌면 심장을 들어 올려 하대정맥을 잡는 일이 화원에서 마음에 드는 꽃을 집는 것처럼 편안할 수도 있다. 물론 나로서는 상상이 안 가지만… 그녀는 지금 직업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고 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응급실 외과의사는 가장 신에 가까운 직업일 거다. 가끔 다큐멘터리 프로를 통해 접하게 되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존경하는 마음이 송골송골 생기게 되는 그런 직업. 응급실의 수술은 톱으로 가슴뼈를 절제하거나 메스로 환부를 절개하고 작은 실핏줄 사이를 훑어야 하는, 초집중이 필요한 중노동이라 그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외과의사들은 그렇게 환자를 황천黃川 앞에서 되돌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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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계속 외과의사의 길을 걸었다면 지금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을까?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테니 그게 아니더라도 남을 위한 직업을 갖고 싶다는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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