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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Jun 24. 2018

여름에 대한 단상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우리나라 여름은 다른 나라의 여름보다 확실히 강렬한데, 일단 여름에 진입하게 되면 작렬하는 직사광선과 습한 더운 공기 콤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동남아의 그것이 훨씬 더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쪽은 대부분 그런 날씨니까. 자비에 영재학교에서는 사이클롭스의 블래스트도 가스용접 불꽃 정도의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산들바람 솔솔 부는 얌전하고 단아한 봄에서 바로 용광로속 같은 여름으로 건너가기 때문에,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은 심한 조울증 환자를 룸메이트로 둔 것 같은 충격을 받게 된다. 아직 어제저녁 열린 창문으로 흘러들어 왔던 싸늘한 바람을 잊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불덩이를 가슴에 턱 넘겨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매년 경험하는 나도 늘 새로운데 말이다.


나는 대체로 자연현상이나 지리 정보에 무관심한 편이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정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이야기하면 과거 경험에 따른 일반화된 지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 보니 현재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적절한 기준이 없어 항상 날씨에 관해서는 초등학생 같은 표현만 하게 된다. 덕분에


 ‘이렇게 선선한 게 정말 말이 돼? 평년 6월 이면 주변이 더운 공기로 가득하고, 실외에서는 복사열 때문에 숨도 쉬기 힘든 상태여야 하는데 말이야.’


같은 이야기는 절대 할 수가 없다. 꼭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순간이라면,


‘너무 더워.’

‘이렇게 더울 수가 있는 거야?’


정도가 한계다. 좀 창피하다.


그런 나도 올해는 뭔가 이전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했는데, 분명히 작년에는 5월부터 꽤 더웠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요즈음 몇 번 햇빛이 작렬하는 오후를 맞긴 했지만, 다시 저녁이 되면 찬 공기에 잠에서 깨어 창문을 닫았다. 6월이 끝나가는데도 아침, 저녁으로 자전거를 탈 때 싸늘함을 느끼게 되다니, 과거에도 이랬나요? 갑자기 너무 궁금해져서 기상청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이제 장마라고 하니 얼마 동안은 또 시원시원할 텐데, 대체 올해 여름은 언제 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는 아침에 자전거나 탈까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바로 앞에 여름이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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