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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가을은?

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by Aprilamb

서울은 이제 제법 쌀쌀해졌다고 한다. 서울에 있을 때 가장 극명하게 시간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계절이었다.

언제부턴가 정말 어깨에 떨어진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듯 지나가는 봄과, 하루에도 폭우와 햇살이 마치 템포 빠른 뮤지컬처럼 반복되던 여름. 아침의 찬 공기와 뜨거운 낮 온도에 혼란스럽던 가을과, 일 년의 반은 계속되는 것처럼 느껴지던 긴 겨울까지.


덕분에 한국에서의 한 해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달 남짓 지내면서 나는 요즘 날씨의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서울이 가을이라면 이 곳에도 이제 가을이 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처음 맞게 될 이 곳의 가을은 어떨까?

혹자는 이곳의 겨울은 여름보다 따뜻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이곳의 겨울은 멋 낼 정도의 외투를 입을 수 있는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겨울보다 가을이 더 궁금한데 아무도 가을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는다. 이곳에도 가을이란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처음 왔을 때 강렬한 햇살과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에 '이건 여름이구나' 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의 아침 찬 공기는 서울의 겨울 칼바람 앞보다 더한 한기를 느끼게 했었다. 마크 트웨인이 작가라서 만들어낸 표현이 아니라 길거리 홈리스라도 주절주절 이야기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낸 제일 추운 겨울은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다'라는 말


이젠 대충 이런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구나 하고 감을 잡게 되었고, 머지않아 샌프란시스코의 가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두달전이나 한달전이나 다른 것 하나 없는 시퍼런 하늘


어제 집으로 돌아오면서 공원 앞을 지나는데 잔디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아저씨가 왠지 부러워 보였다. 나도 천천히 공원으로 올라가 바짝 말라있는 잔디를 골라 그냥 몸을 뉘고 한참 하늘을 봤다. 책이 없어서 그러긴 했지만, 하늘도 예쁘긴 했다. 밤이 되면 캘리포니아 스트리트로 밀려들어올 안개들은 언제나처럼 하늘 끝에 걸려있고, 그 위로 세상에서 가장 파란 하늘이 있다. 한참 보다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왠지 그때는 샌프란시스코의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폭우와 강풍 따위의 극명한 변화는 아니더라도 뭔가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똑같아



한 달 전하고 달라진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마크 트웨인이 여름만 보내고 돌아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긴 가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별로 할 말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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