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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Nov 17. 2018

 간판이 없는 카페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동네 골목 근처에 숨어있는 예쁜 카페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간판이 없는 게 마음에 드는데, 덕분에 옆을 지나는 순간 고개를 돌리는 사람만이 그 카페의 존재를 알 수 있다.


- 앞만 보며 걷는 사람들은 근처에 살아도 이 카페를 모르겠는걸?


하는 생각을 하면 좀 짜릿한데, 막상 카페에 앉아 바깥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너무 앞만 보고 걷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 하긴 나도 일하러 갈 때에는 늘 그렇게 걸어 다니긴 하니까. 사람 사는 게 별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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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폰 찍어드릴까요?


두 번째 왔을 때 계산하려는데 포스에서 주문을 받던 점원이 갑자기 물어왔다. 사실 나는 쿠폰을 제대로 모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지만, 너무 갑자기 받은 질문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지난 주말에도 오셨었죠? 두 개 찍어드릴게요!


이때 '점원이 아니고 오너구나' 했다. 아무리 착실한 점원이라도 이 정도는 무리일 테니까. 고객관리라는 면에서 물론 오너나 점원이나 학습 혹은 교감에 의해 동일한 철학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매뉴얼에 존재하지 않는 혜택을 즉석으로 제공하는 부분에 있어 아무래도 점원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쨌든 혼자 운영하는 카페라 손님이 한꺼 번에 두세 팀만 몰려들어와도 엄청 바빠지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던가, '너무 늦어서 디저트도 조금 같이 드렸어요.' 하며 사근사근하게 열심히 운영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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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같이 일하다가 그 일을 그만두고는 갑자기 카페를 열었던 동료가 2년 만에 사업을 접으면서 했던 말이 계속 귀에 맴도는데, '너무너무 심심해요.'였다.

너무 바쁜 것도 싫긴 한데, 너무 심심한 것도 참기 힘든 것인가 보다. 개인적으로 손님이 없으면 듣고 싶은 음악도 크게 듣고 책을 보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 영업시간이라는 건 업무시간 같아서 뭘 하고 있어도 빨리 지나버리는 것만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잠깐 햇빛 아래 앉아있을 수 있는 카페 앞 작은 나무의자도 정겹고

바람이 불면 하늘하늘 잎이 흔들리는 아이비 화분도 귀엽고

- 무엇보다도 - 커피가 맛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심심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그녀가 파이팅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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