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정말 특별한 가수
'복면가왕'을 화면 뒤쪽에 깔아 두고 밀린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사람 치고는 정말 목소리로 가수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첫 소절을 듣고는 바로 알아차리고 말았다.
박지윤이네.
박지윤 이었다.
사람들은 계속 성인식 이야기를 하지만, 내가 박지윤을 좋아하게 된 건 '바래 진 기억에..'가 담겨있는 '꽃, 다시 첫 번째' 앨범 이후였던 것 같다. 박지윤의 목소리는 정말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 특히 저 앨범은 정말 오랫동안 계속 귀에 걸고 다녀서 한곡 한곡 그 클라이맥스 직후의 숨소리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적당히 허스키하고 어떨 때는 바짝 말라 바람에 바스러지기 직전같이 불안한 그녀의 목소리는 무표정한 그녀의 모습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보통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음악들은 과거의 내 어떤 경험과 연결되어 그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배경음악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곡들은 그 자체가 과거의 일부가 되어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곡들 중 하나가 '바래 진 기억에..' 였고, 그 이후 그 곡을 들을 때마다 금방 주변과 오버랩되어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녀의 무표정한 모습이 떠오른다.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웅크린 채 점점 작아져 이내 자신이 소멸 되기 만을 기다리는 그녀가 있는 그 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하고 또 우울하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우울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안에서 숨쉬어 줘' 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