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제팬 타운 니지야 마켓의 남자 점원은 언제나 싹싹하고 친절하다. 다른 곳에 줄 서 있어도 자기 계산 라인이 비면 '이쪽으로 오세요' 하며 불러 계산을 해주는 성실파이기도 하다. 오늘은 미적 거리다가 집에 늦게 출발한 데다가 비까지 왔는데, 다행히 마켓 문 닫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의 피로가 내리는 비와 함께 씻기는 느낌이다.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마음이 풍성해.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처럼 친절하게 한번 말을 걸어볼까.
'이거 주세요.'
'네.'
'이 복숭아 참 맛이 좋더라고요.'
'이십오 불입니다.'
...
...
(야 인마. 나도 네가 좋아서 말 건 게 아니라고! 그냥 오늘 재수가 좋아서 기분 남달랐을 뿐인데. 그리고, 복숭아도 아주 맛있지 않았다고! 복숭아가 맛이 거기서 거기지 뭐 대단해? 빨리 계산 안 해?!)
'직접 긁어주셔야 돼요.'
'네...'
독심술을 하는 건가. 잠시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