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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Mar 09. 2019

염좌의 끝은 무언가요?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요즘 계속 손목이 안 좋다. 겨울에 보드를 타다가 넘어질 때 손으로 짚으면서 삐끗한 것 같은데, 삼사 주 지났는데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한 일주일 전부터는 움직일 때마다 따닥 소리가 나면서 더 아프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아서 친구네 병원을 가볼까 하다가, 매번 다쳤을 때만 찾는 게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인터넷을 찾아봤다. ‘손목을 삐었을 때’로 검색해보니 - 세상 사람들 모두 손목이 삐어 고생하고 있는 것처럼 - 엄청난 양의 포스트 링크들이 제시되고 있었다.

손목을 삐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나요?
손목을 삐었을 때 그냥 두면 안 돼
손목 삐었을 때 증상과 대처방법


등등 이 그것인데, 전혀 고민 없이 ‘손목을 삐었을 때 그냥 두면 안 돼’를 선택했다. 요즘도 메신저로 플랫폼을 변경해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행운의 편지’처럼, 왠지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제목 아닌가요? 어쨌든 손목을 다친 후 지금까지 그냥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내게 발생하고 있을 그 결과에 대해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으니까.

포스트를 살펴보니 먼저 삐었다고 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염좌는 뼈를 연결해주는 인대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요추 및 골반이고, 그다음이 바로 발목과 손목이라고 한다. 내 부상은 상당히 일반적인 확률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형태였던 것이다. 약간 안심이 되었다. 빈번하고 흔한 케이스라면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을 테니 말이다.  

다음 내용은 염좌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방법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을 취하고 활동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고정기를 사용하거나 붕대를 사용하여 압박해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연하지만 손목은 정말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는 부위다. 밥을 먹거나, 이를 닦거나, (식탁!) 밑을 닦거나 심지어는 머리를 긁을 때도 손목은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며 손의 위치를 조정해준다. 그 이유로 활동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역시 고정해주는 방법밖에는 없을 텐데, 물론 나는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왜 다친 후 바로 검색을 해보지 않았던 걸까? 깨어있는 시간의 80%는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말이다.

염좌 시 고통이 엄청난 경우에는 얼음찜질을 권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얼음찜질을 하는 것은 또 주의하라고 한다. 이런 건 우리나라 레시피의 특색이기도 한데, 오랜 시간이 어느 정도 인지는 설명을 절대 안 해준다.


우리는 요리교실의 선생님이 밑간을 위한 소스를 만들다가 ‘소금을 조금 넣으세요.’라고 해도 소금을 넣고, 그냥 ‘소금을 넣어주세요’라고 말해도 아무런 동요 없이 소금을 집어넣는다. 물론 사람마다 넣고 있는 소금의 양은 모두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왠지 조금 멋지다.


‘맛이고 뭐고 나는 프로처럼 내 마음대로 집어넣겠어. 싱거우면 건강식이 되는 거고, 짜면 밥 비벼 먹으면 되겠지. 슥슥~(소금 집어넣는 소리)’하며 쿨하게 넘긴다는 이야기.

물론 나는 이과고 멋지지도 않아서

‘대체 얼마나 넣으라는 겁니까? 지금 그 설명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애매하게 말한다면 나는 소금 한 솥을 집어넣겠어!’ 하고 말하고 싶어 질 것 같지만...

어쨌든, 그다지 손목의 고통이 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알았다고 해도 얼음찜질은 하지 않았겠네.’ 하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려 했는데, 포스트는 거기서 끝나 있었다. 제목에 ‘그냥 두면 안 된다’고 했으면, 그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난 어떻게 되는 거지?

갑자기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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