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Apr 09. 2019

5G 인프라와 스트리밍 세상

2019 Apple Sepcial Event


지난 3월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는 과거와는 달랐습니다. 하드웨어를 이벤트 전 일주일 동안 단계적으로 보도자료로만 배포하고, 이벤트 당일에는 콘텐츠 사업에 대한 이야기만 했었죠. 왜 그랬을까요?


하드웨어로 더 이상 대중을 감동시킬 수 없는 이유는 여럿 있고, 결과만 이야기해도 애플은 최근 몇 년 동안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치르지 못했습니다. 잡스 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CPU의 속도나 그래픽 처리용량 따위의 개선 그래프가 다시 등장한 것도 그때쯤이었으니까요.

아마 올해 보도자료만 릴리즈했던 하드웨어들을 이벤트 당일에 발표했다면 '혁신이 없네'라는 평가는 따놓은 당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손바닥만 한 디바이스라는 물리적 한계, 이미 좁아진 - 대중이 직관적으로 인식할 만한 - 혁신의 영역.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곳 없는 상황에서 애플은 고객의 관점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이야기했던 새로울 것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 Arcade, TV+, News+는 인프라 변화에 따른 새로운 트렌드를 가감 없이 반영하고 있긴 합니다. 핵심 키워드만으로 이야기하자면 '5G 인프라 시대의 도래와 그로 인해 가능해질 콘텐츠 스트리밍 세상' 정도가 될까요?  

이런 스트리밍 서비스의 뒤에는 모든 고객의 요청을 한꺼번에 처리해줄 거대한 클라우드 인프라와 처리된 결과물을 내 피씨에서 처리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고객의 디바이스로 전달해 줄 강력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있습니다.


물론 스트리밍 사업은 새로운 것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선 진입자들이 존재하죠. 영상 쪽은 유명한 Netflix 외에도 Hulu, Amazon Instant Video 등 여러 기업의 서비스들이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게임 쪽도 GaaS(Gaming as a Service)라는 이름으로 Sony Playstation Now, Gamefly 등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벌써부터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구글이 발표했던 차세대 게임 플랫폼인 스타디아(Stadia)도 같은 성격의 서비스이기도 하고요.


구글은 하드웨어 장사가 주력이 아니기 때문에 스트리밍 서비스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최신 하드웨어를 구입하지 않아도 네트워크 속도만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양질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하지만, 애플은 조금 다릅니다. 애플뮤직이나 앱스토어 같은 사업도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이폰이나 맥북 같은 하드웨어 사업이 큰 수입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애플도 올해 하드웨어는 간단히 발표하고, Arcade라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와 TV+라는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벤트 메인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큰 시사점이 있습니다. 물론 하드웨어 사업자답게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가 아닌 애플의 디바이스에서만의 작동으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말이죠.(그런 전략으로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상할 만큼 디바이스가 많이 깔려있다는 게 더 놀랍긴 합니다)


콘텐츠 사업은 피가 터지는 전장입니다. 인프라나 시스템의 확충 외에도 킬러 콘텐츠의 확보라는 난이도 최상급의 태스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파이를 나눠먹기 위해 칼을 뽑았고, 우리는 그 결과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네요. 그런데 그게 꽤 재미있을 것 같은 게 콘텐츠 사업은 First-mover advantage가 늘 들어맞는 필드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천천히 커피 한잔 하면서 지켜볼까요? 누가 내 주머니의 돈을 빼갈지....


매거진의 이전글 돌이킬 수 없는 진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