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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Apr 29. 2019

이어폰 잭을 돌려줘...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나는 늘 이어폰을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뭘 혼자서 하고 있는 경우에는 늘 그것을 귀에 달고 산다. 그림을 그리든지, 작업을 하든지, 길을 걷든지 말이다. 어렸을 때는 하드락이나 메탈을 들었고, 나이가 들면서 장르에 상관없이 아이돌 음악부터 재즈나 클래식까지 닥치는 대로 듣는다. 그렇게 하루에 세끼를 꼬박 챙겨 먹듯 음악을 듣기 때문에 감상하기 위한 준비도 어느 정도는 정형화되어 있는 편이다.

가방에는 음악이 듣고 싶어 지면 언제든 이어폰을 꺼낼 수 있는 - 마치 식당 테이블 근처에 냅킨 수납 장소가 존재하는 것처럼 - 약속된 주머니가 존재하는데, 그건 어떤 가방이라도 마찬가지이다. 가방을 살 때 늘 그것을 멘 상황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은 주머니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때문이다. 물론 깜빡 잊고 나가지 않도록 자주 사용하는 가방에는 늘 이어폰을 넣어두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게 음악이 듣고 싶어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그건 바로 이어폰 잭 구멍이 소멸된 아이폰 때문이다.


언젠가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나는 가방에 꽤 많은 것들을 넣고 다니는데, 대부분은 음악 감상이 가능한 디바이스들이다. 랩탑이나 고음질의 음원 용인 DAP(Digital Audio Player: MP3 플레이어 같은 음악 재생용 기기), 아이패드나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들도 모두 음악 재생이 가능하다.

요즘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 편해서 음악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그래도 랩탑을 사용하고 있을 때는 음원 사이트 화면을 스크린 가득 보면서 재생하고 싶어 진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도 - 따로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면서 음원 재생을 하면 번거로우니까 - 음악은 같이 플레이하는 것이 편하다.


옛날에는 이어폰은 마치 어느 가게에서나 무조건 사용 가능한 현금 같았다. 귓구멍의 유닛은 그대로 둔 채로 잭만 옮겨 끼우면 어떤 기기로도 쉽게 이전해서 들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어폰 구멍이 없는 스마트폰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 젠더는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음 - 다른 기기를 사용하려면 번거롭게 다시 페어링을 해야 한다. 물론 쉽게 여러 기기에 멀티페어링이 가능한 이어폰도 있지만 디바이스에 따라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안 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물론 블루투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기기를 위한 유선 이어폰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덕분에 나는 요즘 인터페이스의 표준화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닫게 되고 말았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기존과는 다른 획기적인 인터페이스들을 선보이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표준화되지 않은 인터페이스의 범람은 일반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밖에 없다. 기술 그 자체도 어려운데, 이해도 못하는 상태에서 사용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화면 공유를 할 때도 비슷한 피곤을 겪게 된다. 기존에는 디스플레이 기기에 디바이스를 연결할 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사용했었다. 바로 유선 연결이 그것인데, 내용은 잘 몰라도 모양만 같은 단자를 끼우면 영화든 게임이든 큰 불편 없이 감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무선 연결 방식들이 생겨났고, 이런 기술들은 소스 디바이스, 디스플레이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제대로 사용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심지어 모든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장소의 상황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 문제다.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결국은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 지식을 사용할 뿐이다.  


사실 그런 것들이 하루 온종일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콘텐츠 소비 기기를 제한한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 공감 못하면 그냥 어린아이 칭얼대는 것처럼 들릴 테니 - 아무한테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글로 뭔가를 쓴다는 건 나만의 대나무 숲 같은 거니까. 여기서라도 소심하게 불평해보고 싶었다.


이어폰 잭이 없는 스마트폰은 더럽게 불편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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