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Sep 12. 2019

치앙마이의 마사지숍과 귀걸이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마사지사들은 정을 뼈와 살 사이에 대고 나무망치로 열심히 두드려대고 있었다. 태국 북부 지방에서 유래되었다는 왓 판옌 만의 도축 기법 마사지 기법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간지럽기만 했다. 좀 더 꽉꽉 주물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쪽에서 한국 여자가 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면서 매니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천천히 들어보니 숍 안에서 하고 온 귀걸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옷 갈아입은 곳도 뒤지고, 마사지받던 곳도 뒤졌지만 못 찾았다고 한다. 매니저가 청소하고 나서 나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하자,

‘그때 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요.’

하면서 대기실의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 여자의 뒤통수가 안쓰러웠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귀걸이길래 저렇게 신들린 듯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까지 찾았던 건지 궁금해졌다. 혹시 이런 건 아니었을까?


...

‘생각이 있는 거야? 그 귀걸이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
‘미안해. 정말 필사적으로 찾았다고...’ (이건 내가 보증할 수 있다)
‘필사적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네 손에 찾은 귀걸이를 들고 있었어야지.’
‘말을 정말 그렇게 해야겠어?’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식 때 꼭 신부가 달고 들어오도록 하라고 당부하면서 주신 귀걸이라는 걸 너도 알잖아.’
‘알지. 그러니까 그렇게 바퀴벌레처럼 마사지숍 안을 기어 다녔잖아!’
‘어쨌든 우리 결혼은 힘들 것 같아...’
‘아니 대체 무슨 말이야? 똑같이 만들면 되잖아. 한쪽은 있으니까.’
‘도자기로 만든 동물 인형의 귀가 떨어진 걸 찰흙으로 만들어 붙인다고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니?’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찰흙으로 만든댔어?’
‘비유적인 표현이잖아. 사실 더 손해 보는 건 나야. 너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되지만, 난 결혼도 할 수 없어.’
‘......’
‘물리적으로 귀걸이가 사라졌으니, 어머님 말씀대로 이행할 수가 없잖아. 스마일 랜드로 가서 수도승이 되는 수밖에...’
‘네가 왜? 너는 불교도 아니잖아!’
‘종교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야.’
‘응?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야?’
‘아니, 귀걸이 하나만으로도 완전한 상태를 만들면 되는 거 아닐까? 내가 귀 하나를 싹뚝.....’

...

설마 그런 스토리는 아니겠지. 어쨌든, 그 여자분이 꼭 다시 한쪽 귀걸이를 찾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대비와 '운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