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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들켰어.'

'멜로가 체질' 시즌 1-7

by Aprilamb


주말 아침에 자전거를 타러 나가려다가 약간 싸늘하길래 마음을 접고 다시 침대에 누웠죠.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서 포기하게 될 때처럼. 사실 그런 경우는 드물잖아요? 그래도 날씨, 물의 온도, 몸의 상태, 상황 그리고 그때의 기분까지 모두 묘하게 조합이 맞아떨어져서 진심 몸을 물에 적시는 게 죽기보다 싫은 날이 있긴 하니까. 그때가 딱 그랬습니다. 그런 날은 움직이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누워서는 이리저리 채널이나 지난 방송 다시 보기를 뒤적거리다가 시청하게 된 '멜로가 체질'. 알음알음 알게 된 이후로 요즘 한편 한편 아끼며 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여작가와 PD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는 구조인데요. 등장인물들의 캐미나 발란스도 적절하고, 속도감 있게 치고받는 대사도 깔끔합니다. 가끔 천우희 씨가 말을 빨리하면 '곡성'이 떠올라서 섬찟할 때도 있긴 하지만.


7화의 내용은 작가가 드라마 주인공의 고백 신을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덕분에 주변 주인공들의 과거 고백 장면들이나, PD와의 데이트 시뮬레이션 장면 같은 달달한 그림을 잔뜩 만나볼 수 있었죠. 그런데, 그중 탑은 아마도 이거였을 겁니다.

싱글맘인 한주의 회사 동료인 신입사원 재훈의 대학시절 플래시백이었는데요. 아마도 그는 모임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 같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앞에 앉아있던 하윤이 너무 좋은 거죠.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힐끗힐끗 쳐다보게 되는 재훈. 그러고 있는 걸 눈치챈 하윤은 갑자기 재훈을 가리키며 이야기합니다.


‘너, 들켰어.’


재훈은 하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킨 거고, 하윤은 재훈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챈 거죠. 고백 장면이야 정말 드라마나 영화 혹은 현실 속에서 무수히 많이 봐왔지만, 개인적으로 진심 그중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네요. 물론 그 대사를 친 사람이 미람(하윤 역)이었으니 가능했겠지만.

아무래도 ‘너, 들켰어.’라고 하려면, 상대가 ‘뭔 소리야?’라는 반응을 보일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할 겁니다. 만약 상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받아쳤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아마 엄청나게 머리를 굴려야겠죠?


‘너 못생긴 거 들켰다고.’ 이건 너무 뻔하고,

‘너희 부모님이 널 아직 덜 키우신 것 같다고!’ 맥락이 좀,

‘경찰이 널 찾고 있어. 노상방뇨, 무단횡단 이런 거...’ 됐고,


그냥 화장실 가는 척하고 도망치는 게 낫겠네요. 어쨌든, 분명히 멋지지만 아무에게나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고백. ‘너, 들켰어.’ 그냥 드라마로 보고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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