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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Jan 14. 2020

<아이리시맨> 그리고, 끈기와 열정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에스콰이어지 1월호에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글에는 마틴 스코세이지가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아이리시맨>을 기획하고, 10년 만에 결국 영화를 찍어낸 이야기가 담겨 있었어요. 60대였던 두 남자가 할리우드에 돌려가며 문전박대당하다가, 마침내 10년 만에 넷플릭스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네요! (할렐루야) 넷플릭스는 늘 습관처럼 들여다보고 있어서 이 작품이 올라왔던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누아르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감상은 안 했는데요. 찾아보니 로튼 토마토 지수가 무려 96%. 이곳은 적어도 ‘노친네들이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면 퀄리티에 상관없이 투썸 업이지.’하는 사이트는 아니니까 한번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뭔가를 준비하고 그 결과를 보기까지가 까마득하다면, 그 시간을 걸어가야 한다는데 질려서 아예 시도도 안 하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그 까마득하다는 게 이런 정도거든요. 사전 같은 두께의 책으로 10권 전집인 소설을 읽는다거나, 6개월이 지나야 배송받을 수 있는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한다거나 하는 것들. 그래서 글도 한숨에 끝낼 수 있는 쪽글만 겨우 쓰고, 소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짧은 콘텐츠만 찾게 되나 봐요. 14부작 드라마 같은 건 정말 큰 결심을 해야 한다는 거.


그런데, 60대 중반인 두 노인이 의기투합하여 여러 역경을 거친 후, 결국 70대 중반에 작품을 완성하고야 말았다는 이야기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꽤 많죠. 개인적으로는 성격상 죽을 때까지 시도도 못해볼 것 같지만, 나름대로 상상해보면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이 남다를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들이 10년 동안 이 영화를 만드는 것만 생각하지는 않았겠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다투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른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직장인 일상 업무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이봐, 마틴. <아이리시맨> 투자 요청 이메일을 관계자들 한데 쭉 매크로로 보내봐. 답이 오나...'


하고는 '10년 동안 잊고 지내다가 스팸함에서 <넷플릭스>의 답신을 보고는 뚝딱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아니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번 주말에는 느긋하게 <아이리시맨>을 감상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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