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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Feb 01. 2020

다낭의 맛집과 행복론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개인적으로 그다지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여행을 다니지 않는 건 아니지만, 가게 된다고 해도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그곳에 대한 정보는 백지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달에 처음 착륙하는 아폴로 11호처럼.   


일반 사람들처럼 여행을 즐기기 힘든 이유는 나름대로 분명한 편인데, 바로 길눈이 어둡다는 것이다. 미리 갈 곳을 정해둔다고 해도 그곳을 쉽게 찾아가지 못한다. 물론 결국에는 찾아내지만, 그 과정이 무척 지루하고 피곤하다. 개인적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일단 목표가 생기고 나면 머릿속이 그곳에 도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서 그럴 수가 없다. 그런 상태로는 두리번거려도 전혀 즐겁지가 않은 것이다. 시험 기간에 예능 프로가 재미있을 리 없잖아.

게다가 세계사도 안 좋아해서 역사 현장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남들이 찍어 올린 광경을 현실에서 확인하는 것도 그다지 즐겁지 않다. 다행히 동행이 있다면 바짝 따라붙어 다니면 되지만, 혼자 여행을 가게 되는 경우에는 첫날부터 막막해지는 거다. 그러게 되면 우선 계획 없이 '거기에 길이 있으니 나는 걷는다' 스타일로 묵묵히 목적지 없이 걷는데만 집중한다. 진심으로 바라는 것 하나 없이 - 동네 마실 하듯 - 천천히 걸어 다닌다. 독일의 한 공원에서는 잠깐 앉았다가 내리 네 시간을 자버린 적도 있다.(아직도 가끔 생각하면 한심함) 그래서, 혼자 여행을 다녀오면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니까?


그런 이유로 얼마 전 다낭에 다녀왔지만 어떤 내용을 포스팅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야기.  


이건 좀 딴소린데, 얼마 전 문화평론가 정지우 씨의 페이스북에서 행복론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아무리 힘든 시기라고 해도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누리는 것이 중요하고 했다. 인생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때라 하더라도,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듣고, 시를 한 편 쓰고,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일 사형을 당하더라도 지금 평생 쓰고 싶었던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써야 한다는 것 까지는 조금 공감이 안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사형 집행 전날에 단편소설을 쓰고 싶지는 않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나는 애초에 단편소설을 단숨에 써버릴 능력도 없는 것이다. 어쨌든,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영화, 음악, 음식이 그런 류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음식은 어떤 경우에라도 하루에 세 번 행복해질 기회를 준다.(대단하죠?) 조금만 신경 쓰면 세 손가락은 접고 들어갈 수 있는데, 김준현이나 유민상이라면 너다섯번도 가능할 것 같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런 이유로 혹시 다낭에 여행 가시는 분들의 행복을 위해, 간단하게 다낭의 음식 정보를 공유해보려 한다.


다낭에는 설 연휴에 갔었는데, 베트남도 구정에는 모두 쉬기 때문에 시내에서는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유명하다는 '퍼홍 쌀 국숫집'은 마침 영업을 해서 먹어볼 수 있었는데, 그곳보다는 우리나라 쌀 국숫집이 훨씬 더 맛있다. 힐튼호텔은 김치찌개 맛집으로, 주방에는 김칫독이 있지도 모른다. 바나 힐 Ba Na Hills에서는 중앙 광장에서 꼬치를 먹었는데, 닭 냄새가 났다. 호이안 Hoi An은 휴일이어도 대부분의 매장들이 영업을 했는데, 그중 '모닝 글로리 오리지널' 식당에서 여러 개의 요리를 시켜 먹었다. 이곳의 요리는 모두 엄청나게 맛있어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비행기 타고 가서 먹을 만큼 맛있냐고 물어본다면 또 조금 고민이 된다. 그때 아침을 제대로 안 먹어서 배가 고프기도 했고, 서울에도 괜찮은 베트남 요릿집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혹시 어쩌다가 배고픈 상태로 호이안을 가게 된 사람에게만 소심하게 ‘모닝 글로리 오리지널' 식당을 추천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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