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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Feb 09. 2020

오늘부터, 봄

계절의 끝과 또다른 시작


지난 주 날씨는 상대에게 ‘너 또 이러면 다시는 안 만날 거야!’ 하는 이야기를 들은 연애 초년병처럼 바짝 긴장한 듯했다.


‘이렇게 밍밍하게 운영할 거면, 올해부터는 아예 겨울을 없애버린다?!’


실업자가 되기 싫은 겨울 담당자는 삼한사온 三寒四溫이라는 오래된 규칙을 다시 쓰겠다는 각오로 정말 일주일 내내 온 도시에 찬바람을 들이부었고, 지난 주 사람들은 


올 겨울에

제대로 못 입어 본 두터운 옷을 입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날씨 이야기를 나누고,

한 박스 사놓고는 뜯지 않았던 핫팩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하루 종일 보일러를 돌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환기 좀 하려고 살짝 창문을 열었더니 밀려 들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게 몸에 감겨 온다. 싸늘하긴 했지만, 어제와는 분명히 달랐다.


‘이건 분명히 봄바람이야.’


그건 분명했다. 겨울 담당자는 어제 부로 운영실 키를 봄 담당자에게 넘긴 게 틀림없었다. 나는 집안의 모든 창을 열어 두고는, 내린 커피에 베일리스 쇼콜라 럭스를 탔다. 봄을 맞이하는 데는 꾸밈 하나 없는 목소리의 정밀아가 어울린다. 그녀의 노래에는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


애심,

봄빛,

별…


거실 가득 차 흐르는 그녀의 노래 뒤로, 겨울 담당자가 터벅터벅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나는 그의 등을 향해 소리 없이 이야기했다.


‘올해 겨울 계획이나 세워 두시라고요.’


지난주는 정말 최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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