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언제쯤 끝나나요?
저녁을 먹고는 답답해서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역 앞의 따릉이를 타고 오랜만에 조금 더 벗어나 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 철교를 건너다보면 강을 건너는 지하철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나를 향해 달려오든, 나와 같이 달려가든
꼭 한 번은 만난다.
요즘은 사진에서 사람들 얼굴을 모자이크 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새 부리 같은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어 아이유가 지나간다 해도 모를 판이다.
얼마 전부터 건물, 아파트, 역 엘리베이터의 번호판에는 항균 필름이 덧대어져 있다.
실효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와는 다르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데에는 큰 효과가 있다.
저 필름 위에 코로나 바이러스 균 사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오싹해진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이지만, 적어도 올해는 평년보다 조금 더 멀리서 감상해야 한다.
축구장의 여덟 배나 되는 유채꽃밭을 갈아엎었다는 뉴스에는 왠지 서글퍼졌었다.
연말에 올해를 캔버스에 담는다면,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뚫려있을 것이다.
이건 정말 볼 때마다 지구인을 감시하는 외계인 머리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코도 없고, 입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으니 감시 말고는 다른 할 일도 없을 거다.
이런 건 진짜 신선할 정도잖아.
호수가 폐쇄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세기말 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라라 브레드의 팥절미를 하나 사 먹고 싶어서 한강을 건너왔던 건데, 다행히 영업 중이었다.
때가 때이니 만큼 들어갈 때는 입구의 세정제로 손을 살균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나와 같이 입장하던 다른 분은 입구의 안내판을 보고도 세정을 안 한다. 나쁜 놈.
월드타워의 하이마트는 여전히 가전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삼성의 새로운 랩탑 라인은 외형이 맥북하고 너무 똑같다.
..... 다시 봐도... 너무 똑같다!
소리 소문 없이 월드타워에 - 아마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겠지만 - 새로운 서점이 생겼다.
그런데, 조금 예쁘다.
나는 - 내용이 뭐든 - 이런 제목의 책이 발매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뽀로로가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빌어먹을 뽀로로.
귀여웠다. 그리고, 바로 지나쳤다.
솔직히 살만큼은 안 귀여웠다.
꽤 오랫동안 다른 나라 구경은 책으로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시 갈 수 있게 되어도 책 속의 사진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소개된 장소에 가고 싶다고 동그라미 치지 마세요. 가슴 아프니까.
반디 앤 루니스 때부터 야경은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월드타워라면 화장실에서도 이런 야경.
서점 입구 굿즈 판매대의 핑크색 인형이 왠지 모르게 피곤해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피곤해..’
뭐든 앞에 ‘코로나 때문에’를 붙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마법 같은 요즈음이다.
돌아올 때는 늘 전속력이다.
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쫓아온다고 생각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코로나 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