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prilamb Feb 15. 2020

뇌파로 치매를 측정하는 방법이 제시되었다

허핑턴포스트처럼 제목 써보기

한국 한의학연구원에서 뇌파 측정으로 치매 위험군을 가려내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측정 방법은 비교적 간단해서 밴드 형태의 뇌파 측정 기기를 장착하고 수 분간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이 방식은 인지기능과 연관이 있는 뇌파 바이오마커의 활동 정보를 관측하는데, 측정 수치가 60%를 넘으면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뉴스의 젊은 여성 리포터는 뇌파 측정실 앞에서 이 내용을 전달하며 - KBS 울산 방송국의 박대기 리포터나 먹거리 X파일의 이영돈 피디처럼 - 호기롭게 이야기했다.


‘제가 한번 측정해 보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 생각을 읽는 기계를 뒤집어쓴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처럼 - 뇌파 측정기를 뒤집어썼다. 조금 후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스크린에 떠오른 측정 수치는 ‘60’. 순식간에 치매 의심군이 되어버린 그녀의 표정은 너무 복잡해 보였다.  


기존의 치매 진단법은 두 시간에 걸친 설문을 통해 환자의 기억력, 언어장애, 시공간 능력 등을 점검한다. 그런 문제풀이식 방법은 합리적인 것 같긴 하지만, 공부 못하거나 시험 보는 것을 질색하는 사람들을 치매 위험군으로 오진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인터넷을 검색해서 해당 설문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였는데,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가까운 사람에 관한 사항, 사는 곳이나 직업 등을 기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학창 시절 지리나 역사 과목에 젬병이었던 친구들을 치매 의심군으로 만들기 딱 좋은 질문. 나는 보통 술자리에서 할 이야기가 없으면 상대에게 사는 곳을 물어본다. 이후 '오는데 진짜 오래 걸렸겠는데?’ 혹은 '지난주에 그쪽에 간 적이 있어요!' 하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히 궁금해서 물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바로 잊고 만다.(기억도 못 할 거면서 그만 좀 물어보라고 했던 친구도 있었음) 요즘은 개인 정보가 꽤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함부로 기억해뒀다가는 - 치매는 아니라도 -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어떻습니까?


이런 설문은 우유부단한 사람들을 꽤 불안하게 만들 것만 같은데, 이런 정보가 치매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정말 우유부단의 끝판왕으로, 제대로 결정 못하는 것을 즐기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물론 그렇지 않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난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치매환자 취급까지 받는 건 좀 억울하다. 


어쨌든, 이 뉴스를 접하고는 새로운 뇌파 측정 방법을 더 지지하게 되었는데, 이후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이런 뇌파 측정 방법이 신뢰도가 낮을 수 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기자 양반들, 대체 진실이 뭡니까?


짜증 나.


매거진의 이전글 용기와 행복은 저축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