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뉴욕은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이 곳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길을 걷다 보면 놀라게 된다. 심지어는 가장 번화한 마켓스트리트를 삼십 분 이상 걸어도 옷 잘 입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아. 물론 내가 남의 패션을 평가할만한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지나가다가 눈에 확 띄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잘생기거나 예쁜 옷 잘 못 입는 사람이다. 심지어는 노숙자가 더 개성 있게 옷을 입고 있어.
마켓스트리트에는 모든 백화점들이 다 모여있고, 그 안은 대부분 패션 매장들이다. 마켓스트리트의 수많은 패션 브랜드 스토어들이 계절마다 옷을 바꿔가며 전시하고, 대부분 늘 세일을 달고 있어 그리 비싸지 않게 옷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것은 덤이다. 그 외에도 여러 관련 할인 매장들이 도시 안에 즐비해서 길 가다가 잔돈이 필요하면 티셔츠 하나 구입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인 도시가 바로 샌프란시스코이다.
그런데, 왜?
그건 나도 모른다. 뭔가 조금 우월한 여자들은 90% 레깅스를 입고 - 뛰고 있거나, 출근하거나,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레깅스마다 내가 알지 못하는 큰 차이들이 존재해서 예쁜 레깅스, 못난 레깅스, 비싼 레깅스 이렇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 다리에 쫙 달라붙는 스타킹 같아 보일 뿐이다. 밥 먹을 때로 레깅스, 운동할 때도 레깅스, 학교 갈 때도 레깅스, 잘 때도 레깅스인 걸까. 뭔가 내복 같아 보이지만 생각 외로 엄청 효율적이면서도 패셔너블한 아이템인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말이다. 물론 나는 잘 모르겠다.
실용적인 것을 좋아해서인가 하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이 곳 사람들은 대부분 콜롬비아의 후리스 후디를 입고 감아 대충 말린 머리를 휘날리며 유쾌하게 걸어 다닌다. 처음에는 나도 대충 신경 쓰지 않고 다녀도 좋겠다 싶어서 조금 따라 했었는데 역시 쉽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이미 오랫동안 익숙해진 버릇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고 말았는데, 가끔 아침에 늦게 일어나 준비하느라 수선 떨게 될 때면 부러울 때도 있다.
나도 다시 한번 천천히 시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