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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Mar 02. 2020

감염예방을 위해 손 씻기를 30초 이상 해야 하는 이유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요즘 건물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 스크린에서 늘 질병관리본부에서 배포한 포스터를 보여주고 있는데, 하도 많이 봐서 저녁에 자려고 누우면 그 포스터가 눈 앞에 어른거릴 정도다.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포스터에는 여러 정보와 함께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으라는 행동 수칙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30초 일까?

한 가지 더 이상한 것은 어디에도 손을 씻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깍지 끼듯 손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르라든지, 손톱으로 스티커를 벗기듯 손바닥을 긁으라든지 하는 이야기가 없다. 단지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이 전부다. 도대체 30초는 어떤 근거로 제시된 시간이며, 왜 능동적인 행동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상황 안에 있으라고만 조언하는 거지?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머리를 감거나 때를 밀지 말고, 눈 딱 감고 폭포수 아래에서 일정 시간 서있으라는 거잖아.



최근 애틀란틱 The Atlantic 사이트의 건강 섹션에서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손 씻기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글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손을 씻는 시간의 평균이 - 질병통제 예방센터에서 권장하는 시간인 20초의 반도 안 되는 - 6초 정도라고 했다. 20초라고? 그런데, 왜 우리는 왜 10초나 더 씻어야 하는 거지? 우리나라의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더 끈적거리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기사에서는 코로나 19 발생 이후 SNS 설문 결과도 함께 싣고 있었는데, 그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최근 사태 이후 타인이 화장실 등에서 손에 물만 살짝 적시는 모습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20초 동안 손을 씻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이는 없었다.

사실 사람들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래된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도 쉽지 않은데, 짧은 시간 동안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라면 더더욱 어려울 거다. 게다가 손을 씻는 방법의 암기까지 필요하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아예 그 지침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사람들에게 개인 의지가 필요한 특정 행동을 지시하지 않고, 손 씻는 시간만을 강조한 게 아닐까? 아마도,


담당자: 비누를 사용해서 씻으라고 할까요?

상급자: 비누가 없는 상황이라면 당황할지도 몰라.

담당자: 그러면, 손가락 깍지를 끼고 위아래로 비비도록 하는 건 어떨까요?

상급자: 그 설명에 대한 문의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담당자: 음. 그냥 흐르는 물 밑에 손을 두라고 할까요? 중력에 의한 물의 운동 에너지가 알아서 일을 해줄 테니 말이에요.

상급자: 그거 괜찮은데? 그런데, 균이 제대로 씻겨나갈까?

담당자: 씻는 시간을 50% 늘리죠 뭐.

상급자: 좋았어, 콜!

담당자: (신나서) 찬물을 사용하라고 할까요? 그러면, 차가워서 손을 비비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어요!

상급자: 그만해. 우리 국민 무시하니?

담당자: (문의전화 업무 마비는 뭐 무시하는 거 아닌가..)


이건 농담이고, 질본 여러분들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우리도 30초 이상 손 잘 씻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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