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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에 봄이 왔어요

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by Aprilamb

바쁘게 뭔가를 해야만 하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좀 이 곳 생활에 익숙해지니 다시 옛날처럼 직전 아니면 집중이 되질 않는다. 덕분에 그런 기간에는 뭔가 내 마음대로 여유 있게 움직일 수가 없다.


오늘 해야 할 것이 있어 어제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늦게 잠들었더니 아침에 정말 늦게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깨워줄 사람이 없으니 보통 알람을 두 개 정도 맞추어 놓는데 들리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정신없이 준비하고 바깥으로 튀어나와 버스를 탔다. 아침에 사람들이 전화를 해준 흔적이 여럿 보인다. 내가 응답이 없어 걱정이 됐나 보다. 다행히 제 시간에 일을 처리할 수 있었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끌려다니다 보니 옛날 고등학교 때 벽에 갇힌 것처럼 생활하던 게 생각났다. 그때도 정말 싫었는데 말이다. 일을 끝낸 후 바로 건물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우선 잠을 자고 싶었다. 내 기분이 어떻든 무니는 같은 속도로 묵묵히 언덕을 오르고 사람을 싣는다. 어느새 버스는 라파예드 공원 앞이다. 버스에 내려 천천히 사거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언덕 아래에서 바람이 훅 불어왔다.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온몸으로 꽃향기를 받기는 처음이다. 꽃향기가 코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가 그것이 가득 찬 비눗방울 안으로 밀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향기가 가득했고, 샌프란시스코는 그 순간 봄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잖아?


그 정도면 괜찮았다. 집에 들어와 내리 두 시간을 자고, 삼일 전부터 떨어져 있던 달걀과 우유를 사기 위해 마트를 향했다. 물론 외투는 걸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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