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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아무렇지 않은 도시

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by Aprilamb

한국에서는 봄을 늘 힘들게 맞았었다. 겨울이 지루해질 때쯤 되면 온 매스미디어나 주변 사람들 모두 봄의 증거를 찾기에 혈안이 되었고, 살짝 따뜻해진 날씨나 눈이 아닌 빗방울을 감지할 때마다 '봄이 오고 있다', '봄비가 내렸다'하면서 아직 오지도 않은 봄을 곁에 두고 싶어 했다. 그러다가 다시 날씨가 영하 10도로 떨어져도 이건 봄의 꽃샘추위라며 두꺼운 외투를 다시 꺼내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눈물겹게 맞이하는 봄이다.


그에 비하면 샌프란시스코는 크게 계절에 개의치 않는다. 겨울이 살짝 추워도 그런가 보다 하는 것인데, 심지어는 외투를 입지 않고도 잘만 다니는 사람도 있다. 훨씬 더 추운 나라에서 온 나는 가오 없이 두터운 점퍼를 너 다섯 개나 샀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정말 갑자기 봄이 와버렸고, 이 곳 사람들은 순간 싸늘했던 겨울을 잊고 다시 평상시로 돌아가버렸다.


오늘 낮 태양은 여름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온 대지의 기온을 한 번에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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