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샌프란 생존기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먼지가 많은 도시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 건지, 집이 낡아서 그런 건지 일주일에 한번 바닥청소를 하면 정말 이게 밖인지 집 안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먼지가 나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면적 당 동일한 먼지가 책상 위 혹은 침대 위에도 존재하는 게 당연할 것 같아. 물론 이불도 세탁은 하지만, 아무래도 엎어져 자는 곳의 먼지는 일주일에 한번 청소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먼지뭉치가 입 안으로 쑥 들어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상상을 하니 갑자기 배가 아파오는 것 같다.
그래서, 진공청소기를 샀다
구매한 진공청소기는 핸디형으로 정말 강력한 흡입을 자랑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게다가 터보 버튼을 누르면 한층 더 강력한 회전력으로 먼지 흡입 스틱 주변의 공기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약간 감동스러운 것은 실제 충전 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일반은 15분 터보는 6분 정도인데, 정말 강력하게 작동하다가 그 시간이 되면 마치 도끼날이 나무를 끊듯, 8시에 샌프란시스코의 스타벅스가 문을 닫듯, 그렇게 순식간에 작동 중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메커니즘의 기기라면 점점 모터 소리가 약해지면서 노친네 한숨 쉬듯 끊어지기 마련인데 말이다.
뭔가 '장렬하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마치 필리피데스가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쉬지 않고 숨차게 달려와 ‘아테네가 승리했습니다’하고 숨을 거두는 모습 같다. 어쨌든, 덕분에 요즘은 과자 하나를 먹어도 청소기를 윙윙 돌려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