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시즌 2
요즘 비밀의 숲 시즌 2를 보고 있다. 친구의 추천으로 얼마 전 시즌 1을 뒤늦게 보고는 팬이 되었는데, 마침 시즌 2를 최근 시작한 것이다. 최근이라고 해도 벌써 10편까지 방송이 된 상태라 중반을 훨씬 넘어섰다.
처음에는 검경 대립이라는 지루한 주제로 시작하는 바람에 명콤비인 황시목과 한여진의 협동작전이 불가능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 좀 흥미를 잃었는데, 나름 여러 사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지금은 다시 캐릭터들 본연의 개성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상황이다. 황시목은 다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질문들을 위아래 구분 없이 툭툭 던져대고, 한여진은 특유의 정의감으로 윗사람에게 옳은 일을 시전 할 것이라는 멘트를 날린다. 덕분에 다시 한번 이들의 소속을 초월한 공조共助가 기대된다고 할까?
요즘 아침에 친구들과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서동재를 납치한 사람이 누굴까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하나의 의식이 되어버렸는데, 우연히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된 유투버의 분석 영상을 보고 '추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고 말았다. 영상을 보면 드라마 한컷 한컷 흘려보내는 장면없이 모두 들어 분석대 위에 올려두고 연결고리를 찾는데, 구두코에 묻어있는 공사장 흙을 보고 어느 장소를 다녀왔는지 알아내는 셜록 홈스도 그에 비하면 탐정 초보자 수준이다.
분석 영상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드라마를 제대로 본 건지 의심이 갈 정도인데, 그 정점은 그 유투버가 서동재 납치 용의자를 예측했을 때였다. 나는 진심으로 그 용의자가 대체 언제 등장했던 인물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아니, 정말 한 컷 등장했던 사람이 용의자라고?'
그런데, 그가 짜 맞춘 스토리를 들어보면 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시 나는 형사는 안될 것 같다.
이 드라마에서 경찰청 정보부장으로 나오는 전혜진 씨는 이전에 꽤 재미있게 봤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싹퉁머리 없는 포털사이트 대표이사를 연기했었다. 두 드라마에서 모두 커리어 우먼 캐릭터를 카리스마 넘치게 표현해주었는데, 이분은 97년 미스코리아 경남 선 출신이라고 한다. 미안하지만 정말 그렇게 안 보이지 않나요? 남편이 이선균 씨라고 하는데, 그것도 최근에 알았다. 친구의 와이프도 잘 모르는데 연예인의 배우자를 모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비의 와이프가 김태희라는 건 또 누구나 다 알고 있으니까.
어쨌든, 이제 비밀의 숲 시즌2는 6편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3주 안에 종식되기는 힘들 것 같은데, 그 이후는 뭘로 견뎌야 할지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진다. 하긴 내일 일도 알 수 없는데 3주 후까지 고민하지 말고, 오늘 밤의 11부나 열린 마음으로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