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엔 어린 나이였지만 지하철을 타고 다른 동네에 가서 탐방을 하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라 어디론가 가려고 했던 것 같다.
지하철 역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어떤 예쁘장한 언니가 말을 걸었다. 천 원만 빌려달라는 거였다. 왜, 이 언니는 돈이 없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무슨무슨 이유를 대며 천 원을 빌려달랬다. 자신이 연락처를 알려줄 테니 다음날 연락하면 돈을 준다 그랬다. 나는 머뭇거리며 거절했다. 그런데 그 언니는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며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돈을 꼭 갚겠다고 했다. 나는 마지못해 돈을 빌려줬다. 그 언니는 내 노트에 아이브로우 펜슬로 연락처를 적어줬다. 아이브로우 펜슬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볼펜은 아니었기에.
하지만 그녀는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일명 삥을 뜯긴 건가. 흐음...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그런 짓을 하다니 참... 어린 마음에도 철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받을 때까지 연락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금세 그만뒀다.
아마 벌 받을 겁니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건 사실 삥 뜯긴 기억만 명확하다.
그리고 또 호구가 될 뻔한 일이 있었다. 이로부터 몇 년 뒤의 일이다. 옆동네에 사는 지인이 나에게 또 돈을 빌려갔다. 3만 원쯤 됐던 것 같다.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혀를 내두르더니, 돈을 빌려간 뒤론 잠수였다.
역시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돈을 갚기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고, 나는 해가 지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날이 춥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밤이 되니 쌀쌀해졌다. 나는 그 친구에게 경고했다.
난 무슨 수를 써서든 돈을 받아낼 거라고. 하지만 역시나 그 친구는 무시했다. 그래서 난 그 친구의 집에 전화를 걸고 찾아갔다. 그의 가족에게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돈을 받아왔다. 그의 가족은 대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나도 죄송하다 했다. 연락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의 행실로 어쩔 수 없이 연락하게 됐다고. 만약, 누군가에게 돈을 못 받고 있다면 이 방법 추천한다. 사실, 그 친구가 내 연락을 무시하지 않고 돈을 늦게 갚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랬다면 넘어갔을 일일 텐데.... 왜 경고까지 했는데도 무시를 했던 걸까.
결과는 난 돈을 받았고 그 친구와 영영 틀어졌다. 자기 가족에게 연락했다고 온갖 난리통을 부렸지만... 본인이 내린 씨앗을 본인이 거둔 건데... 왜 사람들은 그 생각은 안 하는 걸까? 웃긴다. 그 친구는 이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하겠지?
웃긴 건 이렇게 종종 사람들에게 호구가 될뻔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나는 또 사람을 믿는다는 거다. 이 일이 지나고 수년 후 돈과 관련해 소송까지 갔으니 끝을 봤다고 할 수 있겠지. 이 역시 친한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시작됐다. 역시나 결과는 잠수였고. 나에겐 큰 금액이었기에 법의 힘을 빌어 돈을 받아냈다.
한 땐 나 스스로가 바보 같기도 했지만, 난 그저 사람을 좀 더 좋아하고 믿고 싶은 사람이다. 인정 없이 사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물론, 앞으론 미친 자가 되지 않기 위해 돈거래는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