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학창시절의 나는 어떤 인물이었나 돌이켜 보았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말주변이 없는 아이였다. 그래서 혼자 교실 창밖을 보는 걸 좋아했다. 반면 또 활동 적으로 뛰어 노는 것도 즐겨했다. 남학생이 나에게 짓궂은 장난을 쳤을 때였나. 그 남학생을 잡겠다며 전교를 뛰어다녔던 적도 있다. 1층 부터 5층까지 곳곳을 뛰어다닌 결과.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현실에서도 나는 이런 면과 저런 면이 공존하는 아이였다.
그렇다면 사이버 세상에서는 어땠을까? 우리 때는 아이러브스툴이라는 채팅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나는 친구를 따라서 이 채팅에 발을 디뎠다. 거기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 게 즐거웠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이버 친구들은 나에게 이야기와 고민을 잘 들어준다며 고마워 했다. 간혹 어떤 날은 밤새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일상생활이 더 나아졌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나는 기뻤고, 뿌듯했다. 현실세계의 나는 사이버처럼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두 세계의 내가 다르다고 생각한 적은 없던 것 같다. 그저, 현실세계의 나는 사람이 많은 걸 싫어하고 일대일 관계를 더 좋아하는 아이였고, 그런 나의 모습이 대화에 집중하는 사이버 세계에서 잘 드러난거라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제와서야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사이버세계에서의 내가 현실세계의 나로 반영이 되어서 자라고 있던걸까. 성인이 된 나는 의외로 친구들이나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날이 많았다. 때로는 그 고민들에 내가 파묻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고민을 함께 들어줬을 때 상대가 얼마나 힘을 얻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큰 기쁨을 느끼는지 알기 때문에 계속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어줬던 거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야기 하고 싶다. 현실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내가 100프로 다를 수는 없다고. 내 마음속 어딘가에 그 세계들이 공존하고 뒤섞여 살고 있다고. 그리고 그것은 분명 내가 모르는 사이, 나의 모습이 되어 나타날 거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세계도 사이버세계도 조심하고, 신중하게 살아가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