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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Jun 18. 2024

어느 날, 행동이 더 부산스러워졌다  

밤늦은 시각.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들어와 방 문을 연 순간 나는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방 불이 훤히 켜진 채로 나를 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평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늦잠을 자서 학교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을 때도, 이 물건 저 물건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이 집을 나설 때도 한 번도 불을 끄는 것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특히 우리 집은 전기세를 아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교육을 받으며 컸기 때문에 안 쓰는 불을 끄느는건 습관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일은 또 벌어졌다. 외출할 때 집에 물건을 놓고 오는 일이 허다해진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내 생전 손에 꼽히는 실수를 몇 주 사이에 밥 먹듯이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전혀 다른 내가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ADHD약인 콘서타를 먹고 있는데, 오히려 부산스러워지고 있는 게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 어떤 느낌이냐면, 이전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반복해서 떠올리기 때문에 잊어버리지 않고 했다면 지금은 해야 할 일이 한 번만 떠오르고 머릿속이 고요----해져 오히려 순간적으로 기억이 안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머릿속은 차분해졌지만, 정작 나는 차분한 듯 차분하지 않게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거다. 


가까운 상담 일자에 혼란스러운 일들을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를 했다. 선생님은 우려했던 콘서타와 기존 약을 함께 먹어서 나타나는 부작용인 것 같다 하셨다. 부작용이 행동을 더 부산스럽게 한다고? 잘은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대로 콘서타를 한 주 중단해 보기로 했다. 중단 이후 행동의 변화가 어떤지 관찰해 보기로 했다. 중점적으로 볼 건 깜박이는 정도, 부산스러움 등을 확인해야 했다. 


약을 끊는다고 바로 달라질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잠시. 웬걸? 부산스러웠던 행동이 바로 사라졌다.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불을 끄는 걸 잊어버리지도 않았고, 밖에 외출할 때 물건을 놓고 나가는 일도 사라졌다. 증상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정말 약의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약의 어떤 성분들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들었다 하더라고 전문가가 아닌 나는 세세하게 기술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약이 내 몸에 잘 듣게 하려면 내가 먹는 모든 약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약도 나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나에게 독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스스로를 냉정하게 관찰하는 거다. 이 약을 먹고 나서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내 행동에 달라진 점이 있는지, 하나하나 관찰하고 의심이 가고 의문이 드는 점이 생기면 어떤 것이든 주치의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상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약 때문인지 아니면 약과 관련이 없는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지를 알아가야 한다. 결국, 내 증세는 내가 싸워나가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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