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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Jun 06. 2024

ADHD약의 힘은 이런거구나?!

하루종일 어디로 튈지 모르던 내 생각들은 하나, 둘 씩 조용해졌다. 

나 진짜 조용한 ADHD 였나봐!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난 이후 잠드는 순간까지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들을 잠재울 수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약을 먹으면서 생각들이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 떠도는 다른 이들이 말하는 버라이어티한 감각은 느끼지 못했다. 아쉽게도 나에게는 올 수 없는 것이었나보다. 내가 현재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콘서타를 함께 먹는 것 자체가 부작용이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의사 선생님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셨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콘서타를 먹지 않았다. 다른 약을 먹다 별다른 효과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콘서타를 먹게 된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나는 생각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좋았다. 무엇보다 머릿속을 가득 메우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거의 사라졌으니 말이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으나 그 생각들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면서 생긴 두통도 덩달아 사라져 일상이 조금은 편안해 졌으니까. 


하지만 이 모든게 ADHD약인 콘서타만의 덕분입니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 시기에 나는 심한 우울과 정서적 불안을 동반했고, 우울증 관련 약의 용량과 종류도 조금씩 바꾸던 시기였다. ADHD 관련 약들을 처방 받을 때도 다른 약들도 변화가 있었고, 내 정서에도 변화가 있었기에 아마 여러 상호작용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혹여 이 글을 보는 분들이 ADHD약에 대해 무조건 적인 찬사와 신뢰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그런 부분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게 맞는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건 내가 걱정쟁이여서 그런 이유도 크지만, 누군가의 생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글이라면 쓰는 나 역시도 조심스러워질 때가 많다) 


ADHD 약의 가장 큰 힘은 해야 할 일을 해내게 하는 것에 있다. 선생님도 생각때문에 힘든 건 다른 방법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셨다. 하지만 약을 처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중 해서 일을 해야할 때, 다른 곳에 시선이 빼앗기거나 딴짓을 하는게 문제라고말이다. 맞다. 내가 ADHD 검사를 시켜달라고 요청한 이유도 이게 핵심적인 이유였다. 생각이라는 단어에 빠져 중요한 걸 잊을 뻔했다. 나는 일을 해야하거나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어떤 한 가지에 몰두를 하다가도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과 관련된 것에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샛길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예를 들을 일을 하다 갑자기 생각나서 쇼핑을 하고, 인스타를 한시간을 하고, 어떨때는 생각에 사로잡혀 생각에 몇시간을 몰입하고, 문제는 그 생각이 즐거운게 아닌 부정적인 것들이다 보니 감정이 우울해지고, 자괴감이 들고, 죽고 싶고, 여러 어두운 생각의 길을 돌아야 했다.  그런데 약을 먹은 뒤에 자리에 앉아 3시간, 5시간 동안 다른 행동을 안하고 한 가지에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집중력이 길어진 것이다. 한 평생을 딴짓을 하면서 살아왔기에 한자리에서 몇시간씩 한 가지의 일만 하는 나의 모습은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새로웠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모두 이렇게 살아?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궁금하다. 공부를 하면서 머릿속에 한 편의 드라마가 그려지지 않는지, 갑자기 뭘 사고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지 않는지. 한 번 그 생각이 떠오르면 사라지지 않는 경험을 해본적 없는지 말이다. 


또 하나, 약을 먹으면서 가장 유의하고 있는 부분은 부작용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울증 약을 함께 먹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유심히 일상속에서의 내 모습을 관찰하고, 체크했다. 특히 행동이나 인지 부분 등에서 평소와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등을 매일 스스로 체크하면서 지냈다. 오랜시간 병원을 다니면서 느낀 건 결국 정신과도 내 스스로가 나의 증상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우리가 감기로 병원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열이 나는지, 오한이 있는지, 기침이 나는지, 목이 아픈지,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는지, 목소리가 잠기는지 등 얼마나 많은 증상을 파악하고 있는가? 정신과도 마찬가지다. 그냥 우울해요. 기분이 안 좋아요. 잠을 못자요. 화가 나요. 다 죽이고 싶어요. 이렇게만 이야기 한다면 정신과의사가 아닌 무속인을 찾아 가는게 좋지 않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의사 면허를 지닌 말로 쉽게 어떤 증상에 대해서 결정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생각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감정을 물어볼 때는 모르겠다고 답할 때도 많다. 중증 우울증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지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나는 그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내 상태에 대해 최대한 체크하기 위해 노력했고, 두달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약을 먹기 시작한지 세 달 쯤 되어서 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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