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했던 여행들에 대한 추억

by 양구

어느 덧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걸쳐 마수를 뻗친 지도 1년 반이 되어 간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통금, 여행 제한, 모임 제한, 술집과 클럽 등 필수 시설이 아닌 가게의 영업 중지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자유롭게 친구들과 술 한잔을 새벽까지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여유가 있다면 언제든 휙 다른 나라로 떠날 수 있었던 일상은 촛불이 꺼진 뒤 남아 있는 연기처럼 잔상만을 남긴 채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유례 없는 빠른 시간 내에 백신을 발명하고 보급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기엔 무리다.


사람은 추억으로 먹고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화된 과거의 기억은 고된 현재를 살아 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잠시나마 옅은 미소를 띄울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언젠가는 다시 아름다운 시절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 2017년 교환학생으로 처음 유학길에 올랐을 때, 마음 한 곳에선 여행에 대한 열망이 활활 타올랐다. 당시 집에 붙어 있었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주말마다, 공휴일마다 유럽 내 크고 작은 도시들을 다니며 나홀로 여행을 즐겼다. 자유로운 여행이 더 이상 불가능할 것 이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이 곳 저 곳을 쏘다니며 낯선 풍경을 눈에 담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의 즐거움이 사라진 요새, 가끔 당시 찍은 사진들을 클라우드에 띄워 놓고 그 때의 풍경, 소리, 느낌, 온도를 상상해보곤 한다. 크고 작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봤던 압도적인 작품들, 몇 세기를 뛰어넘어 내 눈 앞에 펼쳐졌던 낡은 건물들과 구 시가지의 풍경들, 도시 외곽의 언덕에서 봤던 노을, 골목길에서 만났던 길고양이들, 교통편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내게 같이 차를 타고 내려가자며 자리를 내어준 커플, 그리고 오래된 마을 한 귀퉁이에서 손 글씨가 쓰여진 책갈피를 팔던 노인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기억이 없다. 시간이 지나 색감이 바래도 그 안에 담긴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 오랜 편지처럼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잉크처럼 마음 속에 스며든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으며 곧 다시 자유롭게 혼자 여행 하게 될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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