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대신 닭
한식재료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던 독일과 달리 이탈리아 산골에서는 한식은 커녕 아시아 식재료조차 구하기 힘들다. 50유로가 넘는 대량 주문을 할 땐 한식재료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베를린에 직접 가서 장을 보고는 했다. 그 외 소소하게 김치나 라면 등이 필요할 땐 콧부스 작은 광장 귀퉁이에 있는 소규모 아시안 마트를 들렀다. 하지만 이탈리아 산골, 베르골로는 슈퍼마켓 조차 차를 타고 15분을 가야 하는 깡촌 중에 깡촌이다. 이 곳에서 '이국적인' 식재료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인의 한식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꿩 대신 닭으로 대체품을 찾아 '야매' 한식 레시피를 개발해 고향의 맛에 길들여진 감각기관을 달래곤 한다.
어느 날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 대용품을 찾아보았다. 양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어느 정도 백김치와 비슷한 맛이 난다는 블로그를 보고 다음 날 양배추를 사와 당장 실천에 옮겼다.
1. 양배추를 씻어 채썬다.
2. 양배추 1kg에 6숟가락 정도 소금을 넣고 (기호에 맞게 조절) 양배추 숨이 죽을 때까지 손으로 섞어 준다.
3.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꾹꾹 눌러 담는다.
4. 발효되기까지 서늘한 곳에 2~3일 정도 둔다.
5. 백김치 맛이 나면 냉장고로 옮겨 보관한다.
완벽한 김치 맛을 재현할 순 없지만 아쉬운 대로 김치에 사무친 그리움을 해결할 정도는 된다. 고춧가루를 첨가해 김치볶음밥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얼큰한 국물이 땡겼던 날 만든 음식. 고춧가루, 냉동해물, 각종 채소, 스파게티면으로 만들었다.
1. 양념: 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고춧가루, 설탕 (개량은 하지 않는다. 감에 의지한다.)
2. 파기름을 내고 고춧가루와 채소를 볶은 후 냉동해물을 넣어 익힌다.
3. 물과 양념을 넣어준다.
4. 스파게티면을 다른 냄비에 미리 삶는다. (3분의 2정도만 익히기)
5. 소금, 후추로 간하고 미리 삶은 면과 국물을 섞어 끓인다.
1. 재료: 다진 마늘, 간장, 콜라, 닭, 감자, 파, 양파
2. 닭은 한 번 데쳐 기름을 빼주는 것이 좋다. (필수는 아님)
3. 초벌로 삶은 닭과 콜라 200ml 간장 100ml를 넣고 끓인다.
4. 끓어오르면 채소와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고춧가루가 있다면 넣는 것을 추천)
5. 닭과 채소가 다 익으면 끝
어느 날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 떡 만드는 법을 검색해봤더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만드는 내내 '내가 이젠 떡까지 만드는 구나' 생각하며 피식거렸다.
1. 중력분에 소금 한 꼬집, 식용유 한 스푼, 뜨거운 물 한 컵을 넣고 반죽한다.
2. 완성된 반죽을 한 두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 둔다.
3. 떡 모양대로 잘라 주고 물이 끓는 냄비에 삶아 준다.
4. 떡이 떠오르면 다 익은 것.
5. 물기를 제거하고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 보관한다.
몸이 좋지 않아 보양식이라도 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날, 닭을 사려했으나 웬걸 칠면조 다리가 든 900g짜리 팩을 사왔다.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번역기를 이용할 수 없어 가장 맛있고 커 보이는 '새' 고기를 사왔던 게 실수. '칠면조는 물에 넣어 요리하는 식재료가 아니에요~' 라는 수많은 인터넷 글을 뒤로 한 채 고집스럽게 백숙을 끓였더랬다. 결과는 대성공. (손은 엄청 많이 갔지만..)
1. 재료: 통마늘 20개, 고기, 통후추, 파, 양파
2. 고기를 초벌 삶기 해주고 기름을 제거한다. (껍질이 싫다면 이 때 다 벗기면 된다.)
3. 고기와 다른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두세시간 푹 끓여준다.
4. 체로 채소를 모두 건지고 소금 후추 파로 양념해 밥과 함께 먹는다.
이탈리아 온 지 어언 4개월 째, 이제 슬슬 독일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콧부스 자체가 그립기 보다는... 익숙한 친구들과 풍경, 시스템, 도시의 편리함,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그립다. 막상 돌아가면 이 곳의 때묻지 않은 자연 풍경과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함, 그리고 쏟아지는 이탈리아의 햇살이 다시 그리워지겠지. 인간은 늘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고 막상 원했던 것을 손에 쥐면 과거의 열망을 다 잊어버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