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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방통 Aug 27. 2021

우리는 실내형 인간

적어도 나는 실내형 인간맞는 듯


마티에서 나온 <우리는 실내형 인간> 다 읽었다. 실내 공간에 무엇이 사는지, 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내 과학"이라는 표현 아래  다각도로 분석한 책. 이렇게도 주제를 엮어 한 편의 책을 만들 수 있군! 사무직은 물론 환자, 노인, 초등학생, 수해 가구, 자폐증을 지닌 사람, 죄수, 우주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에게 실내 공간이 어떤 의미고 어떻게 더 나은 환경이 될 수 있는지 톺아본다.


자연스럽게, 핵심적 키워드는 <보편적 디자인>과 <빅데이터>. 일반인(으로 표상되는 백인 남성)은 물론 다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실내 공간을 건강하게, 편리하게 쓰기 위해서는 모두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추구해야 한다. 보편적 디자인을 연구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실내 활동 데이터가 필요하고, 현재의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방법론적 도구가 된다는 것.

특히 저자는 빅데이터 사용에 관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한 윤리적 문제도 꾸준히 제기한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자폐증 환자를 위한 주거 공간에 대한 챕터에서는 ADHD부터 자폐증까지 다양한 정신 장애를 넓은 신경학적 스펙트럼의 범위에서 설명하려 시도한다. 미국의 감옥을 더 거주하기 좋은 공간으로 만드는 노력에 대한 챕터에서는 이 시도가  과연 감옥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감옥에 사람을 넣지 않는 것이 낫지 않느냐 하는 반론에 대해 소개하고 있고. 좋은 과학 글은 (당연히) 강고한 윤리적 관점 위에서 쓰여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러한 관점이 또한 <우리는 실내형 인간>이 대부분의 과학 기사와 교양서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술낙관론적 시각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내용으로만 보면 건축이나 디자인서로도 묶을 수 있었을 텐데 '실내 과학'이라는 키워드로 묶어낸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요즘은 과학교양서 사면 레퍼런스부터 보는데, 레퍼런스가 가득가득해서 저자 존경하게 되었다. 취재도 치열하고 훑어본 연구도 방대하다. 감옥 독방의 생활 조건 알아본다고 사형수와 서신 교환한 부분 읽을 때는 진짜 혀를 내두름. AAAS 포함해서 수상 실적도 화려하시던데, 딱 훌륭한 과학기자가 쓴 술술 읽히는 논픽션 느낌. 아유 선배님 본받고 싶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과학보다는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 있으셨던 분.
우리 집에 인간 말고 얼마나 많은 다른 생물들이 사는지 궁금한 분.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자꾸만 졸린데 사무실이나 재택 환경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알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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