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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준 Oct 20. 2016

새로운 언어로 말하는 투자자 포럼

시민투 연재 5 - 2016 D3  임팩트나이츠를 제주도에서 개최하면서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으로 특징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혁명이 가져다 줄 미래에 대한 낙관보다는, 심각한 사회적 격차와 리더십 부재로 인한 절망감이 너무 버겁다. 삶을 지배하는 한 축인 경제 프레임은 두 세대 전에 구축된 대기업 위주의 개발 정책과 낙수효과 신화, 화석연료 기반의 구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배력을 획득한 대기업군과 거대 금융은 오히려 혁신과 효율적 시장기능의 파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막스 베버가 말한 대로, 산업혁명을 거쳐 성립된 초기 자본주의는 신으로부터의 소명에 기반한 직업관과 세속적 금욕주의에 세워진 합리적인 자본주의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백여 년이 지나 자본주의가 세상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둔 이 시대에는 종교와 윤리가 결합된 정신이란 골동품 취급받는다. 다음 산업 혁명이 인류에게 재앙이 아니라 축북이 될 수 있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경제 생태계가 단기적이고 편협된 효율성 개념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소수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 내 갈등을 해소하고, 교육을 혁신하고 헬스케어의 접근성을 높이며,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도록 만들어가는 것이다.


더 나은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할까?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를 취재한  한 신문 기자는 ‘진짜 중요한 건 코딩이 아니다’라고 취재 후기를 썼다. 영국의 6학년 학생의 앱 만들기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은 어떤 앱을 만들지 토론하고 왜 이 앱이 사회에 필요한지 발표하고 친구들의 지적을 받아 구상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자료 수집하는 법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발표하는 법을 배우고, 더불어 그들이 사는 사회와 시장을 배운다고 했다. 이 사회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가, 나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기여할 것인가. 이것이 영국 초등생의 코딩 교육이 무서운 이유라고 했다. [1]


아이들이 앱 하나 만드는데 사회적 목적성을 배우고 시장에서 확인 과정을 거친다. 사회적 필요에 기반하여 그 문제를 시장 기회로 발전시킨다. 이 간단한 원칙이 하나의 기업과 하나의 산업, 더 나아가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데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기회는 책임과 동시에 발견된다. 독일 연방의회가 앞으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생산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곧 EU 전체적으로 배출가스를 내뿜는 자동차의 판매의 금지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지키는 것은 이 시대정신이다. 이것은 의무이자 뒤집어 보면, 무배출가스 (Zero emission) 자동차 산업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창출로 이어진다. 문제는 알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한 정부 부서 팀장은 진실을 말한다. 그가 정책 결정권자가 아닌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미 세계 시장은 신기후 체제 중심으로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우리만 그 의무를 부정하고 피하려다 보니 정작 큰 시장을 못 보고 있다”. [2] 결국 리더십의 문제이다. 국가가 못하면 새로운 창업 기업 생태계와 시민들,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는 투자자 외에 누가 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 문제만이 아니다. 어떠한 사회적 문제이든 감추고 회피하는 태도를 고집하면 해결책도 없다. 지속 가능한 사회와 경제를 향한 이 시대의 열망을 냉소적으로 대하는 것보다 절망적인 것은 없다. 시대적 과제에 대한 공감, 새로운 사회를 향한 의무와 책임, 대가를 지불하려는 각오 없이는 진정한 혁신도 없고, 혁신을 동반하지 않는 기회는 진짜가 아닐 수 있다. 기업가 또는 투자자라 불리는 사람은 시대적 의무와 책임에 대하여는 방기하고 자기 통제와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서 돈 벌 기회만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왜 아무도 확실히 얘기 하지 않는가? 


진실을 가르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듣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목적이 고객 창조에 있다고 했다. [3] 이 말은 흔한 말이나, 사실은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이다. 세상의 중심에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있다는 것이다. 고객창조는 먼저 비고객의 발견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사회 내 존재하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타인의 문제에 대한 공감과 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것이 고객 창조의 시작이고, 혁신의 시작이다. 이것이 기업의 사회 공헌이고, 사회 내 존재 이유이다. 고객 창조 없이 일정기간 이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모래 위의 건축이다. 모든 것이 가습기 살균제같이 최악의 결과로 드러나지 않겠지만.


청년들에게 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 대기업이니 그저 좋고, 보수와 복지가 좋고 안정적이라는 말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정규직 비중, 임금 수준, 근무환경, 기업성장 가능성 등 일자리의 질을 꼼꼼히 따져 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서울형 강소기업’ 127개를 선정 발표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Benefit Corporation [4] 의 운동과 일치한다. 이는 단기 투자 이익에 매몰되어 버린 기업 경영 자체에 대한 혁신이다. 혁신 벤처의 등장은 경제적 의미를 뛰어넘는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권위적인 커뮤니케이션 같은 강압적인 직장 문화를 바꾸는 역할도 한다. 민주주의는 몇 년마다 한번 투표장에 가는 것에만 있지 않고, 일하는 장소에서, 주거하는 지역에서 일상으로 시민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혁신 기업가는 경제적인 인간을 넘어 이 시대 시민적 가치를 만드는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투자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자본주의 행위가 그렇듯이, 투자도 경제적인 행위인 동시에 사회적인 행위이다. 모든 투자는 결과를 낳는다. 그 영향은 단지 재무적인 측면만이 아닐진대 투자자와 펀드 매니저는 지금까지 단기적이고 좁은 개념의 성과지표만 보도록 교육받아 왔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투자를 사회적 영향 측면에서는 볼 수 없다고 믿는 것은 자신의 시민권 마저 쇼트(Short)한 것인가? 시민권 가치의 하락에 베팅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있지 않은가? 오늘 내가 하는 투자 결정이 우리 사회와 자녀들에게 물려줄 세상을 결정한다. 다행히, 인간과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밑에서부터 파괴하는 혁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엔젤투자자, 벤처 캐피털, 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 펀딩이나 P2P 파이낸싱 플랫폼,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시도되는 수많은 로컬 파이낸싱은 지난 월스트리트가 만들어 놓은 금융과는 다르게 작동하고 문화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생태계를 추구하는 투자자, 진정한 고객 창조와 혁신을 만드는 창업 기업가들은 부와 성공에 대하여 재무적 수익으로만 정의하지 않고, 자기가 속한 사회와 지구적 과제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반응할 것이다. 

 

혁신은 닫힌 사회 내 정적인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는 이베이, 구글 등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민자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auffman 재단에 의하면, 미국 내 이민자의 창업 비율이 미국 출생자보다 두 배 많다. 양극화 등 수많은 문제를 양산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2008년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활기를 찾은 배경에는 기업가적 정신과 이민자에게도 개방된 제도가 한 몫했다고 믿어진다. 

 

혁신은 실리콘밸리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 내 다른 도시에서, 런던이나 베를린 등 유럽의 도시에서, 브라질과 칠레 등 남미에서, 케냐와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중동과 인도,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기업가적 정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리고, 혁신은 일방통행으로 전파되지 않고 서로 교류하며 증폭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탠퍼드대학의 언어학 교수인 댄 주래프스키(Dan Jurafsky)의 저서 <음식의 언어, The Language of Food)> 은 영감을 준다.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은 페루의 세비체는 6세기 중반 사산조 페르시아의 시크바즈라고 불리는 새콤달콤한 고기 스튜에서 시작하고 여러 이민자들의 손에 의해 변형되어, 영국의 피시 앤드 칩스와 일본의 덴푸라, 에스파냐의 에스카 베체와도 역사적 연관성이 있다여러 민족이 문화적 보물이기나 한 것처럼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요리들의 유래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우리 모두가 이민자라는 사실이다. 어떤 문화도 고립된 섬이 아니며, 문화와 민족과 종교 사이의 혼란스럽고 골치 아픈 경계에서 어떤 훌륭한 특성이 창조된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시크바즈가 유럽과 남미의 음식으로, 다시 동양의 음식으로 변형되어 돌아왔다. 음식의 혁신은 이민자에 의해 전파되고, 그 땅에 있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재창조되어 왔다. 21세기 디지털 혁신의 시대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의 규범을 만들고 싶은 혁신가와 투자자들이 서양과 동양, 성, 피부의 색, 종교의 차이를 넘어 교류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길이다. 이제 그 풍향이 잠시 11월 초 화산과 바람의 섬 제주도로 잡혔다. 이 곳에 임팩트 투자자, 창업 기업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 아시아 및 미국 등지에서 모이게 되었다.

 

이 모임이 일반 투자자 모임과 다른 것은 재무적 언어와 함께 삶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삶의 가치와 경제적 행위를 일치시키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혁신가들과 만나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 모임과 다르다. 밤에는 존 바예즈의 평화와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낮에는 그녀의 시적 언어를 현실의 언어로 바꾸어 대화하는 점에서 다를 것이다.

 

오늘의 투자가 내일의 현실을 만든다.

 

아시아+글로벌 임팩트 투자 포럼 및 리트릿

2016 D3 Impact Nights을 개최하며,

      

[1] 임미진 기자, 중앙일보, 10.07.2016.

[2] 미래부 기후 기술협력팀장, 전자신문, 10.13.2016

[3] 피트 드러커로 본 경영의 착각과 함정들, 송경모, 2016

[4] 이익뿐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 창출을 동시에 최대화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업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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