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 vs 앞으로 하고 싶은 일
현세의 나는 마케터다. 한 뎁스 더 들어가서는 '그로스 마케터'라고 소개한다. 현 퍼널을 진단하고 제일 이탈이 많은 부분부터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개선해서 성장을 만든다. 이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일이고 제일 가치를 느끼며 몰입하던 일이었다.
근데 작년 초부터 '겸'이 생겼다. CSO staff으로서 전략 서포트가 메인 업무로 주어진 것. 서비스 진단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새로운 액션을 짜고 그게 어떤 임팩트를 낼 수 있을지 모델링하고, 후 결과를 배분해서 진짜 효과를 측정하는 것. 처음엔 머리가 팽팽 돌았지만?
와... 이거 완전 whatif(만약에) 게임이잖아? MBTI의 중간 값이 'NT'인 나에게 이 일은 '궁극'처럼 느껴졌다. 논리적으로 상황을 가정하고 여러 단서들을 끌어 모아 임팩트를 예측하고, 나무보다는 숲을 보면서 계속 그림 그리는 역할이라니. 이런 직업을 알았다면 진즉 준비했지.
https://toss.im/career/article/toss-strategy-session
토스팀 리더가 말하는 전략일은 이런거라고 한다.
- 현재 서비스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 조직원이 동기부여될 수 있는 비전을 찍고
- 그 두 간격이 좁아지도록 구체적인 아이템을 만들어 설득하고 실행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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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전환에 대한 고민
이 삶 다음은 마케터일까, 전략기획일까? 개인적으론 뱀의 머리냐, 용의 꼬리가 되느냐의 싸움이다.
마케터로서는 경력도 있고 자신감도 있다. 게다가 사업을 이해하면서 다양한 협업자와 커뮤니케이션한 경험은 +인데.. 근데 자꾸 마케팅의 한계를 느낀다. 몇년이 지나도 계속할 수 있을까, 트렌드를 읽을 수 있을까, 직군의 연봉 테이블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넓게 할 수 있었던 전략 일이 그리울 것 같다.
반대로 전략 기획으로서 나는 완전 초초초 주니어. 크게 보면 회계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장점이 있다면 마케팅 실무를 알고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좀 더 있다? 그래도 결국은, 학력과 컨설팅 경험에서 - 를 앉고가니, 다 포기하고 신입으로 시작해야하는 걸까하는 고민이 생긴다. 아직 잘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고. 용의 꼬리로 시작해서 언젠가는 머리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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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4개월 동안 더 하고 싶은, 전략 기획 일에 초점을 맞춰 성과를 내고 공부해보길 결심하며 요즘 눈여겨 보는 JD를 정리하며 끝을 맺는다. 요즘 회사마다 필요하는 직무가 너무 달라서 3사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결국 이전의 경험과 가고 싶은 회사가 바라는 JD의 꼭 들어맞아야한다는, 이직은 타이밍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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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사업개발과 전략도 미묘하게 다른듯 비슷하고... 그로스마케터랑 사업PM도 비슷한 결인 것 같고. 회사도 대학처럼 자유전공 1년 안될까요. 뭐든 시켜주시면 잘할 자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