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두려움, 벗어날 수 있다.
나는 꽤 감정이 무딘 편이라고, 불안이나 걱정도 없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얼마전 육아상담을 하면서 기질검사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어머님 불안감이 많이 높으시네요?” 하시는거다. “아니예요~.” 라고 대답하자 불안감이 높으시기에 미세먼지나 음식, 약 등등 온갖 환경에 대한 걱정이 다른 엄마들보다 많으신 거다. 매슬로우 인간 발달 5단계를 보면 안전에 대한 욕구는 4번째로 하위단계인데 여기에 너무 집착하고 계시는 것 같다. 그걸 넘어서야 다음단계로 넘어설 수 있다. 등의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어릴때 생각해보세요~ 지금은 감정을 너무 감추고 살아와서 못느끼실 수 있어요 하시는 것.
그래서 돌이켜 봤다. 나는 어땠지? 생각해보니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다. 이를테면 어릴때 바닥이나 소파에 누워있다가도 송곳같은게 올라와서 나를 찌르면 어쩌지? 이런 생각도 곧잘 했던 것 같다. 중학교때던가 언젠가는 마음이 불안에 엄마를 데리고 정신과에 찾아간 적도 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이라는 책을 읽어보라는 것. 뭐야했지만 심각한 병은 아니구나 싶어 안심했었다.(책은 아주 조금 보다 말았다. 학생이 볼 수준이 아니었던거 아닌가?ㅋㅋㅋ)
재수시절에도 수업중에 누가 나를 돌아보면 어쩌지 하는 이상한 불안감에(지금은 돌아보면 좀 어때싶지만) 수업을 집중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대학교 4학년때는 공황장애에 걸려 2층에서 예배를 보다가도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쩌지 걱정하고, 심지어 칸막이도서관에서도 불안해서 책을 볼수가 없었다!
여하튼 지금은 이런 불안들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런저런 일들로 나의 멘탈도 꽤나 강해졌고, 뭐 상상하던 최악의 일들이 일어나면 또 어때?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의 삶에 대해서는 여유가 생긴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부분에 생겨버렸다. 바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이들이다. 나에게 이런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던 두려움이 이제는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로 변질이 된 것이다.
뉴스를 듣다보면 끔찍한 사건들과 안타까운 사고들이 넘쳐난다. 어느새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두려워졌다가도 그 생각을 떨쳐내려 애쓴다. 그리고 같은 맥락인 또 다른 두려움은, 내가 아이들이 다 크기 전에 죽으면 어떡하지? 이런 것들이다. 적어도 아이들이 혼자 독립해도 잘 살 수 있는 나이가 되기까진 살아있어야 하는데 뭐 이러면서 스스로 불안을 만들어낸다. 정말 쓸데없는 짓이란 걸 알지만 얼마전까지도 이런 불안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다.
너무나도 소중한 보물은 소중한 만큼 잃고 싶지 않아진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늘어나고, 집착이 생길수록 두려움도 커간다. 하지만 두렵고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무소유 마인드로 살 필요까지도 없다. 단순하게 생기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 ‘시작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을까’의 저자 벨라 마키가 매일 달리기를 통해 불안증과 우울증을 극복했듯이 나에게도 달리기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이번엔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달매거진 #한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