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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충만한삶 Aug 22. 2019

대학은 결국 사라질 것인가?

칸 아카데미와 유다시티, 에드엑스(EDX), HBX의 탄생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인공지능 개인교사를 두고 궁금한 것을 묻는다. 인공지능 개인교사는 답을 바로 알려주는 대신,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지리적 정보를 화면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혹은 질문으로 아이가 답을 찾게 유도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아이는 배운다. 학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학습에 관한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가끔 학교에 가서(매일 가지 않는다.) 스스로 배운 것을 나누거나, 공동과제를 하면서 함께 의논하고 토론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한다.


위의 글은 아마도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에서 본 것으로 기억된다.(추후 출처가 다르면 수정하겠습니다) 교육에 관한 부분을 읽으며 핑크빛(최소한 교육분야에서는)미래를 꿈꿔봤다. 내 아이들이 저렇게 교육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이다.


나는 콩나물시루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었다. 저학년때는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뉘어서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창의성은 발현은 물론이고, 궁금한 것을 물을 기회도, 용기도 없었다. 그렇게 수동적인 교육은 8살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졸업까지 계속되어왔다. 아니 졸업이후에도 각종 학원과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수동적인 학습을 해왔더랬다.




"고등교육에서 '변혁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는 대학의 재창조로 나타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인용> _콘텐츠의 미래 574쪽


최근 몇년간 디지털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놀랄만큼 커졌고 교육의 방향도 변화의 물결에 영향을 받았다. 사실 대학이라는 곳은 고등교육을 받는 댓가로 비싼 비용과 긴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곳이다. 대학등록금은 매년 상승하고 있고, 학생들은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대학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못듣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기까지 한다. <콘텐츠의 미래> 저자도 학생들이 더 많이 내고 덜 배운다는 사실을 가장 걱정스럽게 생각했다. 미국 학생들의 부채는 1조달러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읽고 쓰는 수준은 걱정스러울 정도이며 대학생 중 1/3은 대학 4년간 비판적 사고력, 분석적 추론, 의사소통 기술 면에서 어떤 향상도 이루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비싼 비용을 내고도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면 그런 교육을 앞으로도 받을 이유가 있을까? 혹은 대학에서 배우지 못하면 어디서 고등 교육과 관련된 것을 학습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카의 대수학 문제에 대해 전화로 설명해주다가 영상을 올리게 되었고, 그것이 사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으며 커진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칸 아카데미는 게다가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덕에 칸 아카데미를 한달간 거쳐간 학습자 수가 하버드 대학 설립이후 하버드를 거쳐간 사람수보다 더 많기도 할 정도였다.


칸 아카데미 홈페이지


칸 아카데미 이후로 스탠퍼드 대학교수였던 세바스찬 스런이 만든 유다시티(Udacity), 역시나 스탠퍼드대 교수인 앤드루 응과 다프네 콜러가 만든 코세라(Coursera), 하버드대 총장과 MIT총장이 공동으로 만든 에드엑스(EdX) 등 엄청난 수준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연달아 만들어졌다. 이들 온라인 교육의 공통점은 온라인 대중 공개수업(무크, Massive Open Online Course)이라는 점인데, 스트리밍된 영상 강의가 제공되고 교수에게 질문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며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상황이 이쯤되자, 거의 모든 학교와 대학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훌륭한 교육/학습 플랫폼이 있는데 누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들어갈 것인가로 시작해 대학의 존폐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고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콘텐츠의 미래의 저자 바라트 아난드도 바로 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데 관여하게 된다. 덕분에 <콘텐츠의 미래>책을 통해 어떤 과정과 고민을 거쳐 HBX(Harvard Business X)를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떠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이 흥미롭다. 전형적인 무크방식(스트리밍 강의 영상을 대중에서 제공하는 공개수업 방식)을 버리고 하버드만의 DNA를 나타낼 수 있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의 핵심 DNA인 사례연구법을 활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차별화를 두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의 학습자는 누구인지 즉 누구에게 강의를 제공할 것인지를 질문했고, 교실수업을 따라하기 위해 애쓰는 대신 '디지털 우선'방식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핵심원칙인 실세계문제 해결(사례연구법), 능동 학습, 동료 학습 이 3가지만 뽑아낸 후 디지털방식으로 완전히 재구성해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의견을 나누다보니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해야 했고 덕분에 정보기술 담당 교수들과도 의견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연결관계를 맺게 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흔히 하는 생각이 콘텐츠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 바라트 아난드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사실 콘텐츠의 미래의 원제는 '콘텐츠의 함정'(Contents Trap)이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면서 그들은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교수진과 콘텐츠 위주의 사고를 피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했다. 스타강사와 뛰어난 강의에 집중하지 않고, 누가 이 강의를 들을 것이며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능동적인 학습을 하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집중했다.


그렇게 콘텐츠의 함정을 피하고자 노력한 그들도 사회적 학습 즉 연결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 전 스터디 그룹, 수업후 이메일, 복도나 식당에서의 대화와 토론, 논쟁을 통해 사회적 학습을 하고 있었고, 그 점을 학생들이 지적함으로써 콘텐츠의 함정에 빠져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 부분을 연구해 온 학자인 저자조차 쉽게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다니 놀랍기도 했다. 그만큼 콘텐츠의 함정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콘텐츠 제작과 능동적 학습에 97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적 학습에는 3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는 이를 완전히 뒤바꿔 사회적 학습에 97퍼센트, 콘텐츠에 3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미래 612쪽


사회적 학습을 위해 학생들의 수를 제한했고 신원을 밝히고 프로필 사진을 올리도록 했으며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기 위해서는 학업 완수율이 높아야 하기에 의욕이 있는 사람만 받기 위해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게다가 성적이라는 유인책을 통해 토론게시판을 활기 넘치게 했다. 가격, 플랫폼, 지원, 점수, 공동체, 입학, 파트너쉽 등 그들이 내린 결정들은 서로 깊은 연결관계를 맺게 되었고, 그로인해 기존의 무크방식의 온라인교육과 차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HBX는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성공했다.




온라인 교육에서 흔히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세가지 질문이 있다.

1. 최대한 많은 학습자들에게 도달하기 위해 온라인상 최고의 콘텐츠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2. 온라인 교육이 결국에는 전통적인 교실수업보다 더 나아지거나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3. 어떻게 하면 온라인을 위한 대학의 노력을 가속화 할 수 있을까?

위 세가지 질문들을 보며 고개가 끄덕여지는가? 하지만 위 세가지 질문의 관점은 콘텐츠의 함정에 빠진 질문들이다. 바라트 아난드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제시한 아래 관점들을 살펴보자.

1. 학습보다 콘텐츠, 학생 중심이 아닌 교수 중심 수업에 치중하는 편견이며, 사용주체의 역할과 사용자 연결관계를 보지 못해서 빠지는 함정이다.

2. 전통적 형식의 교육과 디지털 형식의 교육을 보완재 개념이 아니라 대체제 개념으로 봐서 생긴 함정이다.

3. 스스로를 위해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는 대신 맹목적으로 대세를 따르라고 도발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무작정 남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차별화를 하느냐다.


HBX교육 플랫폼이 성공한 것은 그들이 연결관계를 인정하고 따르는 일을 가장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교실수업이 직접 얼굴을 본다고 효과가 있는 것일까? 아니다. 교실수업이 따분하거나 적극적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경험이 무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자면 디지털교육이나 교실 수업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교실수업의 위기는 디저털 기술때문이 아니다. 학습자보다 콘텐츠에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도 사실 이 점인 것 같다. 여전히 교육계에선 콘텐츠만 중시하고 있지만 실상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경험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온라인 교육이 효과를 보려면 주체의 중심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수동적 등록에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콘텐츠에서 경험으로 옮겨가야 한다. -콘텐츠의 미래 650쪽


마지막으로, 대학 및 교육기관은 앞으로 사라지게 될까?라는 제목에 대한 답을 해보자면 아직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디지털교육은 교실수업의 훌륭한 보완재이다. 그리고 현재 교실수업에 닥친 위기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덕분이 아니라 그동안 중요한 것을 놓쳐왔기 때문이다. 즉, 학습은 콘텐츠보다 학습자의 필요를 충족해가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배워 나갈 수 있고,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고, 그때는 대면 수업이냐 온라인 수업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씽큐베이션 #체인지그라운드 #콘텐츠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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