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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와 자존감의 상관관계

by 충만한삶

육아휴직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아마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홈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를 했던 일이다. 일이 대해서는 미련이 없다. 다만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 즉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은 늘 뭔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휴직을 한 지 2년이 넘어가면서, 수익화를 위해 활동했던 블로그가 계획대로 잘 되지 않으면서, 사실 뭔가를 애써 하지 않은 지 6개월이 넘어간다. 블테기도 지났고 아이가 한창 힘들던 시기도 지났기에 홈스쿨링을 하면서도 뭔가 하려면 할 수 있을텐데 지금은 의욕이 다 사라졌다고나 할까..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블로그 체험단 정도라면 많이는 못해도 월 한두개는 할 수 있을 텐데 응모조차 안하고 있다.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만 있고 그게 뭔지 모른채 시간이 흘러갔다.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살림을 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내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랑 비슷해 보였는데 나보다 뭔가 잘 하는 것 같은 지인을 만나거나 뭔가를 이룬 사람들을 만나면 질투심을 느꼈다. 벌써 이십년도 지난 토익점수를 자랑하고 싶다거나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질 때도 있었다.


그런 짓을 하고 나면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내가 스스로 자긍심을 느끼는 모습이 아니기에 그렇다. 그리고 남과 비교하면서 쓸데없이 질투를 느끼거나 '라떼는 말이야..'라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들은 지금 내가 내세울 게 없기에 보이는 모습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더 그렇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걸까 스스로 되돌아 본다.




원인은 '보이지 않는 성과'다. 사십대가 넘어가면서 내 나이쯤 되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꽤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걸 본다. 회사에서 차장이나 부장이 된다거나 작은 사업체의 주인이라거나 잘나가는 교수님들도 꽤 된다. 그러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들이 무언가를 노력해서 성취할 동안 나는 무얼 해낸걸까 하고 말이다. 회사에서도 육아 핑계로 승진을 하지 않았다. 야심차게? 시작한 블로그도 크게 성장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글솜씨가 월등히 늘어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육아와 교육을 잘 해서 뭔가 결과를 낸 것도 아니다(그럴 타이밍도 아니고..)


그렇게 몇 년을 쉬다보니 슬럼프가 온 것 같다. 부동산 수업도 듣고, 각종 독서지도 관련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애들을 데리고 도서관 수업도 듣고 내돈 들여 블로그 코칭 수업도 들으며 바쁘게 살았다. 그러나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 다니니 하나를 진득이 파지는 못했다. 나도 열정의 환상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운명같은 일이 나에게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환상.. 그나마 꾸준한 독서습관, 그리고 부모님 덕분에 다시 시작한 주식공부 정도가 지금 나를 붙잡아 주고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강력한 유인이다. 그리고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척도이기도 하다. 내가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 같아 자존감도 자신감도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결국 결론은 돈이다. 내가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자신감 부족과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사정상 바로 회사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작은 목표로 삼아 성취하며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가시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을 갖고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글쓰기를 계속 하자. 기록은 기회가 된다. 그리고 주식공부와 투자를 지속하자. 소액이라도 공부하고 실행하면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니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리고 아이들 교육을 조금 더 시스템적으로 접근해보자. 나중에 나의 아이들 말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도구로 삼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내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일들에 작은 목표를 부여하고, 그걸 하나씩 성취하다보면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는다. 반드시 이걸 해야해! 라는 거대한 꿈을 꾸기보다 작고 소소하게 쌓아나가는게 현재의 내가 즐겁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일인것 같다. 나는 나만의 길이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의 속도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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