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즐거움
우리 반 아이들은 매일 아침 오면 2줄 쓰기를 한다. 어제, 오늘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2줄이나 3줄로 간단히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습관을 길러주려고 이 활동을 시작했다. 글쓰기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도록 간단히 쓰도록 했다. 물론 내가 직접 생각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선생님의 지혜를 빌렸을 뿐이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지 않은 나는 일주일에 글 두세 편 쓰는 것도 벅차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날이면 비장해진다.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방에 들어간다. 심호흡을 깊게 하고 노트북을 연다. 별 내용도 없는 글도 쓰는데 최소 한 시간, 기본 두 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은 나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4월 1일 만우절. 특별한 글쓰기를 했다.
“오늘은 두 줄 쓰기가 아닙니다. 우린 오늘 열 줄을 쓸 겁니다.”
아이들은 놀란다.
“열 줄이나요?”
“네. 대신 오늘은 거짓말 글쓰기를 할 겁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쓰는 겁니다. 만우절을 기념하며 마음껏 거짓말을 해보세요.”
꽤 신나 보이는 아이들에게 먼저 거짓말 시범을 보였다.
“선생님은 오늘 학교에 오다가 코끼리를 만났습니다. 코끼리가 차가 있는 도로로 걸어가는데, 차보다 빨랐어요. 사고가 나면 어쩌나 걱정하는데, 교통질서를 굉장히 잘 지키는 코끼리였습니다. 빨간 신호등이 켜지자 멈추더라고요. 선생님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코끼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어요.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 됩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글을 썼다. 평소에 두 줄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신나게 썼다. 오히려 ‘열 줄 넘으면 안 돼요?’, ‘다음 장까지 쓰면 안 돼요?’, ‘세 편으로 시리즈로 써도 돼요?’ 같은 질문이 나왔다. 글을 쓰는 모습이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나도 함께 공책에 거짓말 글쓰기를 했다. 학교에 왔는데, 아무도 없었다는. 알고 보니 아이들이 지우개 가루만큼 작아져 있었다는. 예전에 보았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야기를 썼다. 평소와 달리 쭉쭉 써졌다. 연필이 멈추질 않았다. 어쩌면 내가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글을 다 쓰고, 아이들 글을 함께 나누었다. 좀비를 물리친 닭 이야기. 전설의 괴물 이야기. 게임 속 세상에 떨어진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많았다. 글쓰기가 즐거울 수도, 행복할 수도 있음을 거짓말을 통해 배웠다.
솔직히 말해서, 뭔가 써내는 것을 고통이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소설이 안 써져서 고생했다는 경험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내 생각에는,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