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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by 비둘기

영국 맨체스터의 가난한 한 형제가 있었다. 형 노엘 갤러거와 동생 리암 갤러거. 그들은 영국의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를 사랑했다. 이들은 자라서 비틀즈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락스타가 된다. 그들이 어렸을 땐 늘 하위권이던 맨체스터 시티는 이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되었다. 가난했던 형제는 이제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를 VIP룸에서 본다. 그들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숙소에 거대한 맨체스터 시티 현수막을 반드시 걸어주어야 한다.



오아시스는 참으로 영국 신사다운 언행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오아시스의 베스트 앨범 ‘Stop the Clock’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기자는 그들에게 물었다.


기자: 밴드가 가장 훌륭한 곡을 모은 베스트 앨범을 낸다는 건, 보통 끝을 의미하잖아요. 보통 밴드들은 해체할 때 그걸 내게 되죠.

조금은 난감한 질문에 동생 리암 갤러거는 신사답게 받아쳤다.

리암: 우린 X나 예전에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지.

형은 우아하게 동생의 말을 보충한다.

노엘: 우린 늘 인터뷰 할 때, Best Of’s(베스트곡 모음)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 생각해보니 Greatest Hits(히트곡 모음)는 좋아하지 않지만, Best Of’s는 그리 나쁘지 않았거든. 그래서 했지.



인터뷰 마지막쯤 동생 노엘 갤러거는 앨범 수록곡 <Rock ‘N’ Roll star>에 대해 이야기한다.

I live my life for the stars that shine 난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인생을 살아
<Rock ‘N’ Roll Star – Oasis>

“그 노래를 부를 때 나는 별들이 관객이라고 생각해. 형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별들은 관객이야. 내가 받는 느낌은 그래.”

너무 감성적인 자신의 발언이 멋쩍었는지 그는 한마디 보탠다.

“X발X들. 그러니까 나갈 때 X같은 티셔츠랑 포스터 사라고. X발X끼들아.”



다소 거칠지만 유머스러운, 심지어 감동도 주는, 세계 최고 락밴드다운 인터뷰였다. 중학교 2학년 좋은 락밴드 없나 찾으며 인터넷 세상을 떠돌다가 우연히 이 인터뷰 짤을 보았다. 내가 본 짤은 맥락 없이 오직 두 장의 사진만 있었다.



악마의 편집이 된 줄도 모르고 나는 생각했다.

‘X라 멋지다. 저게 진짜 락스타구나…. ’

그날부터 오아시스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리암 갤러거. 노엘 갤러거. 두 형제는 끊임없이 싸웠다. 인터뷰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그들은 싸웠다. 심지어 무대에서 한 명이 나가버리기도 했다. 이상하게 그 모습이 멋져 보였다. 죽일 듯이 싸우고, 막말하고,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함께 무대에 오르고. 어렸을 땐 그들의 고뇌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그들은 자유로운 락스타인줄만 알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오아시스는 락 페스티벌에 참가하러 한국에 왔다. 그들을 보고 싶었지만, 머나먼 공연장을 홀로 가기엔 아직 나는 어렸다. 그리 슬프진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면,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거라 믿었으니까. 한국에 오지 않는다면, 내가 영국에 가면 되니까. 몇 년 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Wonderwall>을 부를 내 모습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2009년 8월. 한국 공연을 마치고 딱 한 달 뒤, 노엘 갤러거는 밴드 탈퇴를 발표했다. 며칠 뒤 리암 갤러거는 공식적으로 오아시스 해체를 선언했다. 그 소식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또 싸웠구나. 또 화해하겠지. 그리고 몇 달 뒤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다시 함께 무대에 서겠지. 그래도 이번엔 조금 스케일이 크네. 밴드 해체 선언까지 하고. 나는 그저 오아시스 노래를 들으며 그들을 기다렸다.


그들은 쉽사리 화해하지 않았다. 오아시스 없는 세상에서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여전히 오아시스 노래를 들었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오아시스 노래를 듣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영국 축구를 좋아하던, 특히 리버풀을 좋아하던 친구 L이었다.

“야! 무슨 노래 듣냐?”

“말하면 뭐 아냐?”

“뭔데? 이어폰 한쪽만 줘봐.”

이어폰에선 <Don’t look back in anger>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My soul slides away 내 영혼이 떠너버린대도

But don’t look back in anger 화내면서 뒤돌지 말라는

I heard you say 네 말을 들었어


“아 오아시스 노래네?”

“뭐야. 너가 어떻게 알아?”

“이거 당연히 알지. 영국에선 이게 제 2의 애국가야.”

“아! 이 자식. 뭘 좀 아는구나?”

나는 일어서서 그와 강력한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도 다짐했다.

언젠가 꼭 같이 영국에 가자고.

리버풀도 보고, 오아시스도 보자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오아시스는 재결합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L과 만날 기회도 사라졌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오아시스는 재결합하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L은 희미해진 추억 속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때 그렇게 못하던 리버풀. 지금은 1등이더라. 축하한다. 그리고, 오아시스 재결합했더라.”


바로 작년, 오아시스는 재결합했다. 심지어 한국 공연 일정도 잡혔다. 드디어 그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티켓 예매를 하기 위해 일정을 캡쳐해뒀다. 2009년 마음 속에 접어두었던 꿈. 어른이 되면 꼭 그들의 공연을 보러가겠다는 다짐. 이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젠장. 티켓팅 시간을 깜빡했다. 정신 차려보니 이미 티켓은 매진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스스로를 위로했다. ‘제 시간에 했어도 난 예매하지 못했을거야….’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일 예매 창을 들여다본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취소표가 생겼을까봐. 공연은 딱 다섯 달 남았다. 5달 사이에 누군가의 마음이 변하길 기다릴 뿐이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나우 고잉 웬 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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