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김혜정
딸이 죽었다. 누군가 운전하던 차에 치여 죽었다. 빛나던 아이였다. 찬란한 아이였다.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던 아이였다. 무엇보다도 혜정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이였다. 딸을 죽인 사람을 만났다. 노인이었다. 아이의 모든 가능성을 빼앗은 사람. 노인은 말했다. 실수였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가 아무리 사과를 해도 바뀌는 건 없다. 죽은 딸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
혜정은 노인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알게 된다. 노인은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말했다. 혜정의 원망은 분노로 바뀐다. 딸을 잃은 슬픔과 노인에 대한 복수심. 거기에 더해지는 복잡한 장례 절차와 법적 절차까지. 혜정의 삶은 피폐해진다. 혜정은 느닷없이 덮친 불행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노균탁
운전 중에 옆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왔다.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런데 차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빨라졌다. 무언인가와 부딪혔다. 사람이었다. 너무도 어린 소녀였다.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그녀는 죽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내 죄가 너무나 컸다. 용서받지 못할 죄였다. 소녀의 부모님을 찾아가서 사죄했다. 소녀의 엄마는 자신을 원망하며 소리쳤다.
“실수는 남의 발을 밟은 게 실수야. 물을 엎지른 게 실수라고! 누굴 죽이는 게 아니라!”
그녀가 그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녀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다. 모두 다 내 잘못이다.
<드라이브>는 노인 운전사고 문제를 다룬다. 해마다 일어나는 문제이지만, 함부로 꺼낼 수 없는 주제이다. ‘김혜정’과 ‘노균탁’. ‘피해자’와 ‘가해자’. 두 사람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드라이브>에서 그 누구도 악인은 없다.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다. 가해자 ‘노균탁’은 오히려 보통 이상의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다.
정해연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전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해마다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면, 그 문제가 선량한 사람들을 ‘피해자’로 또는 ‘가해자’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망가진다면, 민감하다며 덮어놓기보단 수면 위로 올려서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단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정해연 작가는 민감한 주제를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전한다. 메시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이야기를 메시지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는다. 여성이 남성 10명과 싸워 이기거나, 백설공주를 흑인으로 만드는 무리수도 두지 않는다. 그저 두 인물 속으로 우리가 빠져들게 한다. 우리는 혜정이 되어보고, 균탁이 되어본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그들의 감정에 푹 빠진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느낀다. 이거 정말 문제네. ‘소설가는 사회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라는 질문에 좋은 답이 될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