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내 고향 광주에 'Never mind'라는 라이브 클럽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때까지 그곳은 유일한 광주의 라이브 클럽이었다. 그곳은 광주에서 음악을 뽐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인디밴드, 밴드부, 보컬 동아리 등이 그곳이 있어 자신의 무대를 펼칠 수 있었다. 가끔 '크라잉 넛', '갤럭시 익스프레스'같은 유명 밴드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런 공간이 광주에 있다는 것을 참 감사하게 여겼다.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나도 이런 공간의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광주의 작은 라이브 클럽 'Never mind', 그곳은 내 어린 날의 판타지였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추운 겨울 강원도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다. 은섭은 북현리 시골 마을에서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한다. 서점 이름은 '굿나잇 책방'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지만, 마을 사람들이 언제나 편하게 들릴 수 있는 다정한 공간이다.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잠시 내려온 해원,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승호, 약국집 딸 현지, 해원과 은섭의 고등학교 동창 장우 등 여러 인물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책방지기를 해보고 싶었다. '굿나잇 서점'은 나에게 두번째 판타지를 심어주었다.
이도우 작가는 '다정하다'라는 표현을 참 자주 쓴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작가는 굿나잇 서점에 머무는 모든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인물의 사랑과 기쁨, 아픔과 슬픔 모두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문체로 담아낸다. 겨울이 끝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각자의 싸늘한 갈등과 아픔도 언젠가는 녹아내린다는 '다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도우 작가는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데 뛰어난 장점을 가졌다. 거대 서사가 아니더라도, 자극적인 갈등 상황이 없어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고보면 이야기는 먼 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거니까.
p.157
혹시나 책방지기가 된다는 판타지가 실현된다면 은섭과 같은 책방지기가 되고 싶다. 다양한 책을 읽고, 어떤 사람도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내고,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즉 책 속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또한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책방지기가 되어 은섭처럼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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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날은 굳이 저까지 보태지 않아도 이미 훌륭한 글이 차고 넘친다는 걸 떠올립니다. 세상 모든 책들 가운데 0.1퍼센트도 채 읽지 못하고 다들 떠나겠지만, 그렇게 읽어낸 글 속에서 얻은 건 많았습니다.....
p.353